공정경쟁규약 강화에 이은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까지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내몰기 위한 제약계 내외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부터 경제적이익 지출보고서, 이른바 ‘선샤인 액트’까지 시행됐다.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에 관한 내용을 항상 준비하고 관계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언제든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자체적으로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CP)을 도입, 운영하면서 내부 단속에 힘을 쏟고 있다.
“도시락 배달·테이크아웃 커피 받지 않겠습니다”
대학병원 등 대형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제약 영업사원들의 접대 커피 및 도시락 주의보가 내려졌다.
지난 5월 수도권 소재 한 종합병원 교수가 동료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내 제약사 등 이해관계가 있는 단체로부터 커피나 도시락을 받지 말라고 당부한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해당 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가 리베이트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았으며, 전임의를 마치고 개원한 의사도 출석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을 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는 제약사 영업사원을 대면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직실 등에 식음료를 놓고 간 게 리베이트로 오인된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타 병원 전공의들의 소환 소식도 접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커피나 도시락을 제공받는 것을 중단하라고 당부했다.
지출보고서 작성이 시행되면서 1만원 미만 기념품비와 식음료비는 생략할 수 있음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타 대형병원으로 확산되고 있어 제약 영업현장은 한층 위축되고 있다.
대학병원 담당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은 “1만원 미만의 커피 제공도 금지하는 병원이 늘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불필요한 오해는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이지만 점점 가능한 활동이 축소되면서 방문 횟수도 줄어 고민”이라고 전했다.
최근 영업사원이 거래처 의사 대신 예비군 훈련에 대리출석해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이번 사건은 활동에 제약이 많아지자 이른바 영업사원이 ‘몸빵’을 한 사례다.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은 “예비군 훈련을 대신 가 달라고 요구한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지만 지금과 같이 영업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영업사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사원들 “의사 만나기 더 어려워졌다” 어려움 호소
마케팅 최전선에서 의사들을 만나는 영업사원들이 느끼는 지출 보고서 작성 파급력은 크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보고서 노출을 꺼리는 의사들이 제약사 영업인력과 만남을 피하며 영업활동에 애를 먹고 있다. 그나마 다행은 ‘달라진 환경’에 적응단계라는 것이다.
법인카드 금지령도 영업사원들을 옥죄고 있다. 의사가 영업 사원 만남을 꺼리는 동시에 영업사원이 의사를 자신 있게 만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들어 회의감을 호소하는 제약 영업사원들이 크게 늘었고, 회의감의 농도 역시 더욱 짙어지고 있다. 그동안에도 대학병원 교수연구동에 제약·의료기기 영업사원 출입금지 팻말을 걸어놓은 경우가 많았지만, 선샤인 액트 시행 후에는 주차장부터 출입통제를 고지하는 경우도 생겼다.
출입 통제가 심한 병원의 경우 영업사원들이 로비나 커피숍에서 의사에게 전화나 문자로 미팅을 요청하지만 거부 당하기 일쑤다.
영업사원임을 숨기려고 양복을 입지 않고 환자인 척 기다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 다국적사 영업사원은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가 시작된 시점에는 만남을 피하는 의사들이 있었다. 지금도 기조를 유지하는 거래처가 있고, 아닌 곳도 있다”며 “확실히 제품 정보 제공 외 유대를 위한 만남은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국내사 개원가 담당자는 “오랜기간 담당했던 지역이라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는 없지만 예전보다 제품설명회나 식사 등의 횟수는 줄었다”며 “신규 거래처 방문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