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이제 태움은 병원 내부에서 음성적으로 들려왔던 얘기가 아니다. 간호사 자살 사건까지 연루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확대됐다.
특히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환자 안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대책 마련 목소리가 높아졌고 일부에서는 개선안이 도입, 적용되고 있다.
특히 개선방안 일환으로 ‘교육전담간호사’가 부상했고 이를 통해 태움을 없애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8년 2월 서울 대형병원에서 신입 P간호사가 선배 간호사들의 괴롭힘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고인은 "업무에 대한 압박감 및 프리셉터의 날카로운 눈초리 등으로 의기소침해지고 불안한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 부족한 잠과 매번 거르게 되는 끼니로 인해 회복이 쉽지 않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 같은 내용은 그의 휴대폰에 담긴 메시지였다.
P간호사 사망으로 인해 태움이라는 악습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 이후 금년 5월 서울 소재 의료원에서 S 간호사가 역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태움의 피해자 였음을 추측할 수 있는 단서도 남겼다. ‘병원 사람들은 안 왔으면 좋겠어’라는 유서였다.
신입간호사 교육 맡는 프리셉터, 업무 과다 등 전반적 사정 열악
두 간호사 자살 사건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는 병원 내 프리셉터(preceptor) 체계를 없앨 수 없으면 태움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현재 국내 병원계에서 프리셉터는 신입 간호사를 교육하는 5년 정도 경력을 가진 선배 간호사가 담당한다. 프리셉터 제도가 유지되며 태움이 극심해졌다는 비판이 목소리가 있지만 사실 프리셉터 상황도 열악하다. 신규간호사 교육을 담당하고 환자까지 담당하는 등 업무 과중 상황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금년 6월 보건의료노조는 신규간호사 교육제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두달간 조합원이 있는 병원 44곳을 대상으로 했다.
이에 따르면 프리셉터가 환자를 담당 하면서 신규간호사 교육까지 하는 병원이 38곳이었다. 프리셉터가 교육만 전담하는 병원은 2곳에 그쳤다. 2곳은 프리셉터가 2주간만 환자를 배정받지 않고 교육을 전담했다. 나머지 2곳은 답하지 않았다.
프리셉터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는 노동계 지적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노조는 “조사 결과는 신규간호사가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근무에 투입돼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 준다. 프리셉터 업무 과중과 스트레스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간호사가 병동에서 환자를 보는 것은 크게 ‘액팅’과 ‘차팅’으로 나뉜다. 액팅에는 대화를 통해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약 등을 투여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차팅은 특이사항이나 투여한 약물 등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환자의 상태에 변화가 있을 땐 의사에게 ‘노티’하고 간단한 약처방은 간호사가 알아서 해야 한다.
변수는 많고 일은 바쁘다. 프리셉터는 환자도 보면서 신입 간호사 교육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병원 내 위계질서가 필요할 수밖에 없지만 노동인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사명감을 가져야 하지만 온전한 희생을 하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실정인 것이다.
간호계에서는 변화가 하나, 둘 시작되고 있다. 근로복지 공단은 지난 3월 P간호사 유족이 제출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 사건에 대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간호사 교육 부족 등 구조적 문제 에서 야기된 과중한 업무와 개인의 내향적 성격 등이 고인을 자살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도 간호사 처우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간호인력 수급관리, 업무범위, 배치기준, 양성체계, 근무환경 개선 등 간호정책 전반을 전담할 '간호정책 TF(특별전담조직)'을 신설했다. 태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전담간호사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가 지원 교육전담간호사 등장
교육전담간호사는 신규간호사에게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고 술기 능력이 향상되도록 지도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주기적으로 면담을 갖고 신규간호사들의 고충을 덜어주며 격려하는 역할도 한다. 신입간호사들 직무능력을 강화하고 현장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프리셉터와 큰 틀에서 동일하지만 국가적으로 지원책을 발동시켰다는 점에서 교육전담간호사는 차이가 크다.
실제로 6월부터는 국공립병원을 대상으로 교육전담간호사 신설에 따른 월 인건비 320만원 지원이 전격 실시되고 있다.
이석준 복지부 간호정책TF 사무관은 “지원기관으로 선정될 경우 인건비를 1인당 320만원 수준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전담간호사 관련 주요 질의
|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