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림대의료원의 미지급 수당이 논란이 된데 이어, 한림대의료원 산하 춘천성심병원에서 간호사들을 동원해 선정적인 장기자랑을 강요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고용노동부(고용부)는 병원들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올해 3월까지 한림대의료원 산하 5개 병원은 물론 서울대병원·고대안암병원·건국대병원·동국대일산병원·울산대병원·부산의료원 등 총 44개 대형병원들이 감독을 받았다.
그리고 근로감독 결과가 속속들이 공개되고 있다. 결과의 큰 골자는 크게 ‘공짜노동’과 ‘갑질 문화’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공짜노동 문제는 고용부-병원, 병원-노조 간 치열한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근로감독 대상기간인 최근 3년간의 신입 간호사 초임·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 공짜노동 액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동일한 임금체계를 가진 의료원 산하 병원들은 한 병원의 미지급 액수가 다른 병원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체불임금이 몇 백억 원 대로 커질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미지급 액수를 둘러싼 고용부 산하 지방고용노동청 (지방고용청)과 병원의 조율이 한창이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법정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병원-노조 간 다툼도 있다. 근로감독을 받은 상당수 병원 노동자들은 지방고용청이 인정한 미지급액수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예를 들어 병원정보체계(HIS) 등의 변화로 인해 근로시간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 한 경우에 대한 불만이다.
갑질 문화에 대한 지적도 문제다. 특히 올해 초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자살로 알려진 ‘태움 문화’는 사회적인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에 지방고용청은 선정적인 춤 강요를 비롯해 갑질 문화에 대한 감독을 실시했고, 시정조치를 내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용부는 지난 3월 노사단체·전문가·관계부처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원인 등을 논의하고, 이른 시일 내에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대안암병원 65억·강동성심병원 64억·서울대병원 12억
지난해 시작된 근로감독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고용부-병원, 노조-병원 간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고용부로부터 미지급액 최종 통보를 받은 기관 중 확인된 기관은 한림대의료원 산하 한림대성심병원 51억원, 춘천성 심병원 33억원 등이다. 협력병원인 강동성심병원은 64억원을 노동자에게 지급했다.
지방고용청과 미지급액 인정범위를 조율 중인 곳은 서울대학교병원(11억 2800만원), 고대안암병원(65억원) 등이 있다.
이외에도 공짜노동과 관련해 행정처분을 받은 곳은 최소 44곳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한림대의료원, 고려대의료원 등 산하의 동일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는 병원들은 미지급 임금이 100억 원대에 육박할 개연성도 크다.
예를 들어 한림대의료원 산하 병원 규모는 한강성심병원(400병상), 춘천성심병원(500병상), 강남성심병원(600병상), 한림대성심병원(평촌·890병상), 동탄성심병원(1000병상) 등이다.
보수적으로 춘천성심병원에 매겨진 33억원을 전(全) 병원에 대입해도 한림대의료원이 지급해야 할 금액은 최소 165억원에 달한다.
고려대의료원도 산하에 고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 고대안산병원 등 세 곳이 동일한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부-병원, 노조-병원 간 미지급액 인정범위를 두고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갑질 문화에 대한 지적은 당장 큰돈이 들지 않는 만큼 갈등으로 번지지는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