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체계 개편’은 전면 급여화 과정에 맞물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요양급여비 청구와 지급 그리고 삭감의 기준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 변화에 의료계 촉각이 곤두서있는 것이다.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투입될 건강보험 재정이 많아져서 심사를 통해 별도 영역을 확보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하지만, 정부는 ‘옥죄는 건별 심사’에서 ‘자율성을 담보한 기관별 심사’로의 전환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저 멀리 방향성은 보이는 듯한데 가까이에선 아직 모호한 심사체계 개편, 그 내막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전면 급여화 따른 심사방식 변화
지난 1999년 전국의 직장조합과 지역조합, 의료보험관리공단 등이 전국 단일조직으로 통합되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면서 의료보험연합회는 이듬해인 200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재탄생했다.
의약분업 등 의료정책 변화와 맞물려 보다 구체적인 요양급여비 심사기능이 새롭게 탑재되고 강화됐다. 기관 명칭에서부터 구체화된 ‘심사’는 곧 심평원을 뜻하는 의미가 됐다.
지난 2016년 서울 서초동에 위치했던 심평원 본원이 원주로 이전하면서 지방에 배치된 10개 지원 역할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쟁점은 종합병원 심사까지 지원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업무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2017년 8월, 문재인 케어가 발표되면서 전면 급여화의 포문이 열렸다.
국가가 보장하는 의료서비스가 많아짐을 뜻하기에 국민들의 만족도는 높은 상태고, 관행수가 후려치기를 당해왔던 의사들의 반대 및 반발감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심평원은(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심사물량이 몇 배로 많아지게 되는 전환점을 맞는다.
이는 ‘전면 심사화’로 해석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만큼 심평원 입장에서도 부담감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심사체계 개편은 많아지는 심사물량을 모두 다 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어느 정도 흐름을 파악하는 수준에서 개입하겠다는 심평원 내부의 업무 효율성을 위한 조치다.
물론 수없이 보도되는 삭감의 억울함, 지역마다 다르다는 '이현령 비현령(耳懸鈴 鼻懸鈴)' 기준부터 최근 불거진 요양병원 암환자 통삭감 사례까지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심사업무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심사체계 개편은 문재인 케어가 진행되는 과정 속 가장 필수적인 관문이자 이해관계자인 의료계와의 관계 형성에 있어 중요한 의미가 내포됐다.
비단 의료계와의 이해관계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권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인정과 불인정 경계에서 환자 역시 밀접하게 연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경향심사, 일관성→융통성 변화
심사체계 개편은 ‘경향심사’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아직은 완벽한 규정과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에 경향심사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건건이 이뤄지는 심사에서 기관별로, 질환별로 큰 묶음의 흐름을 가져가는 형태의 심사를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5월 심사체계개편단을 구성했고 이 조직을 통해 다양한 연구와 협의과정을 거쳐 2019년 1월 경향심사 적용을 준비 중이다. 상위기관인 복지부 차원에서도 심사체계개편TF를 조직한 상태로 유기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은 복지부가 잡고, 세부항목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심평원이 근거를 만드는 통상적 절차를 거치고 있다.
경향심사 전환을 두고 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심사의 방향이 비용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다. 특정 기관을 타깃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기관을 대상으로 형태가 이상한 의료기관이 확인되면 추가로 알아보겠다는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건별심사 문제가 해소되면 이른바 ‘심평의학’이 부정적 의미가 아닌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 와의 협의를 통해 갈등은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승택 심평원장 역시 “경향심사는 의료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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