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기자] 지난해 발암물질이 검출돼 시장에서 퇴출된 라니티딘을 복용한 환자들의 암 발병률이 대체 약제를 복용한 환자들과 비교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미국 소화기병 주간(DDW)에서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은다.
피츠버그 Allegheny General 병원의 Nabeeha Mohy-ud-din 박사 연구팀은 미국 의료데이터 업체인 IBM Explorys로부터 받은 미국 내 성인 6500만명 의료기록을 분석하는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라니티딘 성분이 들어간 약제를 처방받은 적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암 진단 기록을 평가했다.
해당 연구는 두 개의 대조군을 뒀다. 하나는 라니티딘과 같은 H2수용체길항제이자 대체 약물로 쓰이는 파모티딘을 복용하는 환자들이었고 나머지는 어떤 H2수용체길항제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6500만명 중 162만명이 라니티딘 약제를 337만명은 파모티딘을 복용한 환자들이었다. 나머지 5963만명은 라니티딘, 파모티딘 등과 같은 H2수용체길항제를 복용하지 않은 환자들이었다.
라니티딘과 파모티딘을 복용한 환자들은 나머지 사람들에 비해 나이가 많았으며 흡연, 비만, 간경변, 음주, 암 가족력 등을 가진 비율이 높았다.
또한, 파모티딘을 복용한 환자들은 라니티딘을 복용하는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고연령에 흡연, 비만, 간경변, 음주, 암 가족력 등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분석 결과, 암 발병률은 각각 ▲라니티딘 복용 환자군 26.4% ▲파모티딘 복용 환자군 31.1% ▲H2수용체길항체 복용 이력 없는 대조군 13%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췌장암, 폐암, 방광암, 자궁암, 고환암, 유방암, 간암 등 대부분의 암종에서 오히려 라니티딘 복용 환자들의 암 발병률이 파모티딘 복용 환자들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흡연, 비만, 음주, 암 가족력, 간경변, 위 식도 역류질환 등 다른 위험 요인이 없는 환자군 간 비교에서는 라니티딘과 파모티딘 환자들의 암 발병률에 차이가 없었다(OR=1, CI=1.01-1.02, p=0.001).
이에 연구진은 파모티딘을 복용하는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라니티딘 복용 환자들의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어떤 근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라니티딘 복용자들은 H2수용체길항제를 복용하지 않은 이들에 비해서는 암 발병률이 높았지만 흡연, 비만, 음주 등 다른 위험 요인을 가진 비율 역시 높았다.
美 FDA, 4월 라니티딘 최종 퇴출…국내선 2700억 시장 사라지며 제약사 희비
한편, 미 FDA는 지난달 최종적으로 라니티딘을 시장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라니티딘의 발암물질 검출량이 보관 과정에서 일일 섭취 허용량을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중순 FDA는 잔탁 등 라니티딘 계열 약제에서 발암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식약처는 같은 달 26일 라니티딘 성분 269개 품목의 제조·수입·판매·처방을 중단하고 회수 조치했다. 발사르탄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해진 소식에 제약계가 다시 한 번 술렁였다.
이전까지 라니티딘의 국내 시장규모는 약 2700억원대로 소화성궤양 치료제 시장에서 25% 가량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해당 약제를 복용하는 국내 환자들만 144만명에 달할 정도였다.
라니티딘 사태로 제약사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라니티딘 계열 위장약 시장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던 제약사들이 큰 타격을 입은 데 반해 대체 약제를 보유한 제약사들은 라니티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애썼다.
특히 대웅제약과 일동제약은 라니티딘 사태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라푸티딘 성분의 항궤양제 ‘스토가’를 보유한 보령제약과 파모티딘 성분의 ‘동아가스터’를 내세운 동아ST 등은 수혜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