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마취사고의 43%는 예방이 가능했다는 연구(대한마취통증의학회, 2009년 7월~2014년 6월까지 국내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마취 관련 의료분쟁 분석) 결과에 따라 마취 분야 안전 및 질 영역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적정성평가 대상으로 마취 항목을 신설했고 예비평가를 거쳐 현재 본 평가를 준비 중이다.
문제는 마취 분야는 인력이나 장비 수준이 의료기관 종별로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때문에 동일한 지표를 두고 3차 기관과 2차 기관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제기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7월27일 개최된 마취 적정성평가 설명회에서도 심평원 측은 “예비평가 결과, 기관 간 편차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시 세부항목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 데일리메디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심평원은 총 10기관(상급 2기관, 종합병원 3기관, 병원 5기관)을 대상으로 마취 예비평가를 진행했다. 예비평가 지표는 19개로 구성됐으며 점검 건수는 총 948건으로 집계됐다.
예비평가에서 지표는 ▲수술 병상 수 대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수 비율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1인당 월평균 마취 건수 ▲수술 병상 수 대비 마취통증의학과 소속 간호사 수 비율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당직 여부 ▲회복실 운영 여부 ▲마취통증의학과 특수 장비 보유 종류 수 ▲마취약물 투약과오 방지를 위한 QA 활동 여부 등이다.
쟁점이 되는 인력배치 기준 항목들을 살펴보면, 우선 수술 병상 수 대비 마취통증의학과 상근 전문의 비율은 56.3%로 집계됐다.
종별로는 상급종합이 69.4%, 종합병원 35.9%, 병원 31.6% 순으로 조사됐다. 3차 기관과 2차 기관의 차이가 2배가량 벌어지는 수치다. 병원급은 같은 종별 내에서도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1인당 월평균 마취 건수는 78.7건으로 집계됐다. 종별로는 병원 113.5건, 종합병원 83.0건, 상급종합 74.3건 순으로 병원급에 근무하는 전문의들은 상급종합 대비 많은 마취를 시행하고 있었다.
즉, 병원급은 병상 수 대비 전문의 수가 부족해 자연적으로 마취 건수도 늘어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수술 병상 수 대비 마취통증의학과 소속 간호사 비율은 88.2%로 조사됐는데, 간호사 역시 상급종합병원 111.2%, 종합병원 56.3% 병원 39.5% 순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특수장비 7종, 회복실 운영 여부도 관건
마취 적정성평가는 인력 기준과 함께 시설 및 장비 구축 여부도 중요한 평가지표로 작용하는데, 이 역시 기관별 편차가 컸다.
특수장비 7종은 ▲특수기도관리장비 ▲수액투여 반응성 감시 장치 ▲급속가온수액주입장치
▲뇌파이용마취심도 감시 장치 ▲초음파 장비 ▲근이완 감시 장치 ▲수술실내 Forced air warmer 등으로 구성됐다.
예비평가 대상이었던 10곳 중 상급종합 2곳과 종합병원 1곳만 모든 장비를 갖춘 상태였고 병원급은 7종의 특수장비가 아예 없는 곳이 많았다.
실제로 병원 5곳 중 4곳은 특수장비가 없었고 1곳은 뇌파이용마취심도 감시 장치만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특수장비 보유 여부가 평가 지표로 확정되면서 상급종합 외 의료기관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심평원은 “7종의 특수장비를 모두 갖춰야만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산출식은 ‘장비 7종 보유 종류 수’로 7종 중 6종만 보유할 경우 6/7로 결과가 산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복실 운영여부도 평가 시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 지표는 회복실을 운영하면서 ‘회복관리료’ 수가를 산정할 수 있는 기관이어야 점수를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런데 회복실을 운영하면서 수가 청구가 가능한 곳은 10곳 중 4곳에 불과했다. 타 지표와 마찬가지로 상급종합과 종합병원 일부만 가능한 상태였다.
회복관리료 수가를 청구하지 못한 기관의 사유는 회복실 내 인력(의사 및 간호사) 및 필수 장비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예비평가를 통해 종별, 기관별 편차가 크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본 평가에소도 이러한 차이가 존재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적정성평가는 의료 질 상향조정을 기반으로 편차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본 평가는 일부 지표를 줄였으며 단계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