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최근 사법부가 의료인의 1인 1개소법을 놓고 각각 다른 판결을 내려 의료계내 혼선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최근 본인 명의 치과의원을 개원해 운영하면서 타인 명의를 빌려 3개 의원을 운영한 치과의사에 대해 사기 및 공무상 표시무효,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치과의사 A씨는 본인 명의로 B치과의원을 운영하면서 이와 별개로 C씨와 D씨 명의를 빌려 각각 E치과, F치과를 개설했다.
검찰은 이를 문제 삼아 사기·공무상 표시 무효·의료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A씨는 제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에 불복해 상고심을 제기했으나 대법원 역시 원심과 같은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의료기관을 중복 운영하면 중복 개설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1인 1개소 원칙에 위반한다"고 판시했다.
A씨의 경우 3개 치과의원을 운영하면서 시설과 인력 관리, 의료업 시행, 필요한 자금 조달, 운영성과 귀속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다는 점이 인정되기 때문에 1인 1개소법을 규정하는 의료법 위반으로 판단한 것이다.
1인 1개소법 위반 외에도 법원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이 적절해 사기죄의 편취 범위, 공무상표시무효죄가 인정되며 이에 따라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된 현행 의료법에 따라 A씨에게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1인 1개소법으로 불리는 이 조항은 오랜기간 의료계 내에서 논란이 돼 왔다.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은 1인 1개소법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병원들은 이에 맞서 "1인 1개소법이 의료인의 형평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트워크병원 요양급여비 청구 자격 충분"
위 판례에서 3개 의원을 동시 운영해 의료법 위반이 인정된 것과 달리 다른 사법부는 14개 지점을 가진 네트워크병원을 놓고 "의료법 위반 소지가 적다"고 결정했다.
실제 올해 1월 서울행정법원은 한 사람이 여러 지점을 개설한 유디치과가 불법인 사무장병원과는 다르기 때문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유디치과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28억원의 요양급가 부당하게 편취된 것이므로 환수해야 한다는 건보공단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유디치과 전 회장인 G씨는 본인의 자금으로 물적 설비를 갖추고 치과의사인 명의원장과 동업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전국에 14개 유디치과 지점을 개설한 상태다.
네트워크병원으로 재료비 등을 인하해 경쟁력을 갖춘 유디치과를 견제하기 위해 대한치과협회 등이 나서 입법활동을 벌인 끝에 2012년 8월 2일부터 1인 1개소법이 시행됐다.
유디치과 측은 1인 1개소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2년 6월 각 지점 원장들과 동업계약을 해지했고, 각 원장들이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병원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는 만큼 1인 1개소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무장병원처럼 요양급여비 편취 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이 규정하고 있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볼 수 없는 만큼 환수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의료인의 의료기관 이중개설은 그 불법성이 작아 요양급여비를 받을 자격이 없는 게 아니다"라며 “의료법 33조 8항은 33조 2항 위반과 불법성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1인 1개소법은 2015년 9월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청구돼 심사가 진행 중이다. 1인 1개소법을 놓고 의료계 내 입장이 분분한 가운데 이르면 금년 내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