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치매안심센터가 치매환자 치료에서 전문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조기검진을 줄이고 이후 치료 과정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데 의료계와 정부가 공감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의원 주최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치매안심센터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전국 시·군·구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 256곳을 설치했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환자에 1대 1 상담 후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고 전체 돌봄경로 등 사후관리를 담당한다.
이대목동병원 정지향 교수(강서구 치매지원센터장·대한신경과학회 치매특임이사)[사진]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매 책임의 부담이 국가에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치매안심센터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현실을 개선, 명확한 역할과 기능을 정립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제도·시스템의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특히 치매안심센터 업무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조기검진에 대해 언급했다.
정지향 교수는 "서울시에서 조기검진한 사람이 10년간 총 18만6000명이다. 19만명에 육박하는 검사자들 중 4.3% 정도인 8300명만 치매 진단을 받았다. 15분씩만 걸린다고 가정하더라도 245만시간이 넘는다. 총 311년이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무증상 고령자 대상의 무작위 조기검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치매에서 조기검진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치매 치료에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조기검진 이후 과정이 더 중요하다. 검진은 증상을 호소하는 직접 내원 대상자 위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후 개별 사례관리나 환자들의 지속적인 방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치매안심센터가 치매환자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감당할 수 없다. 병원이 하지 못하는 공공의료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강화하되 조기검사 외 추후 단계를 잘 연계할 수 있도록 역할이 정립돼야 한다.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도 일부 부담할 수 있도록 충분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치매환자의 지속적 증가가 예측되는 만큼 치매안심센터 역할 확대를 위해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한 전문인력 충원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는 “저출산으로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소아과 전공의는 매년 200명 가량 증가하고 있는데 신경과 전공의는 고작 82명에 그친다”라면서 “요양병원이나 치매쉼터와 달리 치매안심센터가 환자들에게 독자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채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치매안심센터 현장 근무자와 정부측 관계자들이 정 교수의 문제제기에 공감을 표했다.
경남 합천병원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 김진태 과장은 “치매안심센터가 근처 의료기관, 요양원, 요양병원 등과의 연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치매안심센터의 규모 확대만으로 이것이 이뤄질 수는 없다. 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치매에 대해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별로는 특성에 맞게 환자 유치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 조충현 과장 역시 "조기검사와 관련해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조 과장은 “치매안심센터의 조기검진에 대해 같은 의견”이라며 “조기검진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무분별한 선별검사는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앞으로 선별검사는 최소화하거나 꼭 필요한 범위로 줄여갈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치매안심센터가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민간이 못하는 부분을 특화하는 역할이다.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코디네이터 기능을 하길 바란다. 환자와 가족도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한다는 것에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한 “치매사업은 1~2년 하고 말 것이 아니다.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하반기가 넘어가면서 초기 상담을 넘어 사례관리 등 중점업무로 이어져야 한다. 지방 시도에서도 특성에 맞게 적극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모델을 개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신경과와 정신의학과 전문인력 확보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