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보건복지부(복지부)가 내부 고위공무원의 연이은 일탈로 홍역을 앓고 있다.
시발점은 복지부 A과장과 국립중앙의료원(NMC) 정기현 원장의 ‘야사’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얼마 전 있었던 NMC 간호사의 죽음과 이에 대한 보고가 지연되면서 A과장은 정 원장을 호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원장이 홀로 세종시에 내려가 A과장을 찾았고, 이 과정에서 갑질 논란이 벌어졌다는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정 원장이 NMC 원장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회자됐던 ‘정기현 원장 정권 실세설’과는 별개로 그동안 A과장이 의료계 관계자들에 대해 자행했던 ‘부적절한 언행’들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그는 대기발령에 이어 결국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 본부(질본)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가운데 얼마 뒤에는 복지부 B국장의 일탈이 도마 위에 올랐다.
B국장은 가천대 길병원으로부터 3억 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연구중심병원 선정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국장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길병원 법인카드 8개를 건네받아 유흥업소, 스포츠클럽, 마사지업소, 국내외 호텔 등에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연구중심병원은 진료 위주의 임상병원에서 벗어나 의료기기· 신약 등을 연구·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정부 사업의 일환이다.
지난 2013년 지정된 병원은 가천대 길병원, 경북대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분당차병원, 삼성서울 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아주대병원, 연세대 세브 란스병원 등이다.
연구중심병원으로의 지정이 정부 예산지원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과제가 채택될 때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데, 연구 중심병원 10곳 가운데 8곳이 연구 과제를 수행해 올해까지 총 1023억원을 지원 받았다.
가천대 길병원은 ‘대사성질환 혁신 신약 개발’ 등 연구 과제 2개를 수행하고, 202억 8000여 만원의 예산을 따냈고, 오는 2022년까지 모두 360억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 B국장의 일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과장이 지난 2012년 당시 길병원 측에 연구중심병원 선정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계획, 법안통과여부, 예산, 선정병원 수 등을 알려주고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현재 B국장은 경찰에 구속됐고, 복지부는 자체조사를 진행 중이다.
복지부, 좌천성 인사·자체 감사 등 대책 마련
소속 고위공무원들의 일련의 일탈에 대해 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은 좌천성 인사와 자체 감사다.
우선 A과장에 대해서는 복지부 산하기관인 질본으로 인사 이동이 이뤄졌다. A과장과 정 원장의 이야기가 알려진 후 의료계에 있었던 반발과 갑질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른 조처다.
실제로 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A 과장에 의해 자행된 비인간적인 갑질 행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국민 위에서 군림하는 갑질 공무원인 A과장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A과장 인사이동은 질병관리본부 내 관계자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병원계에서도 “A과장이 이동한 곳이 생명과학연구관리과인데 이곳 역시 각 연구기관에 대한 등록 및 허가, 현장점검 등을 담당하는 곳”이라며 “갑질이 또 있을 시 업무가 어려워질 것이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