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요양병원에서 입원 환자 전담으로 필수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인력은 입원료 차등제를 적용받는 간호인력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간호인력의 등급을 실제보다 높여 신청한 요양병원이 제기한 소송에서 병원의 항소를 기각했다.
병원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혈액투석, 한방치료를 전담했기 때문에 부당 신청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당 업무가 입원환자 전원의 간호서비스 질과 관련되지 않았으며 외래 업무도 수행했다는 점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사건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7월 복지부는 A의료법인에서 운영하는 B요양병원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간호사 D씨, 간호조무사 E씨는 인공신장실에서 근무했고 간호조무사 F씨는 한방치료 보조업무를 담당해 입원환자 간호를 전담하지 않았음에도 B요양병원이 전담한 것으로 신고했음을 발견했다.
B요양병원은 '간호인력 확보수준에 따른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적용 관련 기준'에 따르면 2012년도 4분기와 2013년도 1분기 간호인력 확보 수준이 3등급임에도 2등급으로 실제보다 높게 신청했다.
복지부는 이 기간 동안 B요양병원이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을 합산해 총 1억9000여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했다고 판단했다. B요양병원은 부당 수령한 급액과 과징금을 합산해 11억15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처분을 받았다.
B요양병원은 이에 불복하고 해당 처분의 취소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병원 측은 "간호사 D, 간호조무사 E씨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혈액 투석 관련 업무를 수행했으며 간호조무사 F씨는 입원환자 대상 한방치료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이었다"면서 "한방 치료와 혈액 투석이 필요한 입원환자가 다수였기 때문에 간호인력을 전문화하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D, E씨는 혈액 투석 업무를 , F씨는 한방치료 보조 업무를 전담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B병원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진료와 관련된 행위를 했기 때문에 입원환자 간호를 전담했기 때문에 D, E, F씨의 간호등급을 높인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간호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D, E, F씨에게 특정 업무를 전담하게 한 것인데 해당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B병원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는 입원 진료 시 간호서비스 질이 저하되는 현상을 해소, 입원환자 보호자 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다. 입원병동에서 근무하지 않는 간호인력이나 입원병동에 근무하면서 입원환자 간호를 전담하지 않는 간호인력은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 관련 간호인력에서 제외된다.
이 취지에 비춰봤을 때 입원 환자만을 전담으로 맡지 않은 D, E, F씨를 간호인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요양병원의 간호사 D씨, 간호조무사 E씨는 인공신장실에 배치돼 혈액 투석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했고 간호조무사 F씨는 한의사의 치료를 보조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렇지만 일부 환자에 대한 치료 업무나 그에 대한 보조 업무에 불과하다. 필수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입원환자를 전담해 직접 간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법원은 세 사람의 업무가 필수적이지 않았으며 입원환자만 담당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짚었다.
법원은 "인공신장실에서 근무하거나 한방치료 보조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수가 늘어나더라도 신장 투석을 받지 않거나 한방치료를 받지 않는 입원환자에게는 간호서비스 질적 향상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적으나마 외래환자도 신장투석과 한방 치료 간호, 간호보조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여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간호와 간호보조 업무에 전념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세 사람이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라는 주장은 입원료 차등제의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행정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지나치게 가혹하게 이 사건의 처분이 내려졌다는 B병원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요양급여비용 또는 의료급여비용의 부당청구는 의료급여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서 이를 방지해 가입자 및 수급권자들의 수급권을 보장해야 할 공익적 필요가 매우 크다"면서 "B요양병원이 부당하게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의 합계가 1억9천 여만원으로 액수가 적지 않고 복지부는 규정된 범위 내에서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이에 처분이 적법하므로 원고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키로 한다"고 판결했다.
B병원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심을 제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 재판부와 같은 이유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병원은 사전통지 없이 병원을 방문한 해당 현장조사가 위법하다고 추가적으로 주장했으나 당시 복지부는 현지조사 전 조사명령서와 요양급여 관계서류 제출요구서 등을 제출했다.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가 합리성이 결여돼있고 요양병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입원환자의 많고 적음, 인공신장실 구비 등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서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거나 원고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어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