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요양병원 옥상 난간 넘다 추락 사망했어도 '보상'
최종수정 2018.06.30 06:42 기사입력 2018.06.30 06:42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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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병원건물 옥상 난간을 스스로 넘어 추락해 사망한 환자에 대해 요양병원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병원 측은 정신질환이나 우울증을 앓고 있지 않은 환자가 본인 의지로 시도했으며 의료진은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망인이 치매 증세를 보였고 병원은 적절한 관리·감독을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병원 옥상에서 추락해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에 해당 병원이 1500여 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밭에서 일을 하다가 넘어지면서 안면부와 머리에 부상을 입은 A씨는 B병원에 입원해 안면부를 꿰매고 뇌수술을 받았다.


한 달 후 A씨는 B병원에서 퇴원했는데 같은 날 '열린 두개내 상처가 없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혈관성치매, 당뇨병'의 증상으로 요양치료를 받기 위해 C병원에 입원했다.


2017년 7월 A씨는 C병원의 개방된 옥상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밟고 난간을 넘다가 바닥으로 추락했고 머리, 손, 무릎의 다발성 손상으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유가족은 A씨가 특별한 보호 및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으나 C병원이 이에 대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C병원의 의료진은 A씨가 돌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예상 가능했음에도 위험 요소가 있는 옥상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거나, 출입할 때 환자를 관리 인원을 배치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병원 의료진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이 사건이 발생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A씨가 입원했을 당시 자살 시도 및 우울증을 앓거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았으며 사고가 발생한 난간의 높이 등을 고려해보면 A씨가 스스로 병원을 탈출하고자 시도하는 과정으로 보인다"면서 "의료진은 이에 대해 예견할 수 없었고 망인에 대한 보호감독 의무를 해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C병원이 환자를 살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본 것이다.


법원은 A씨는 병원에서 보호조치가 필요한 환자였으며 요양병원임에도 C병원은 옥상에 별도의 관리·감독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은 "A씨는 입원 중 혈관성 치매가 확인돼 다른 환자가 남긴 밥을 먹거나 다른 환자의 간식을 섭취하는 일이 있었다. 정상적인 판단력이 부족한 치매환자를 홀로 방치하면 돌발행동을 할 위험성이 있어 C병원 의료진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 사건 사고일에 옥상을 드나드며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C병원은 치매 환자들의 자해 혹은 자살시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보호, 감시할 의무가 있었는데 CCTV가 녹화가 되지 않는 등 고장난 상태였다"면서 "C병원 옥상은 밤 9시부터 아침 6시 사이에 출입이 제한됐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누구나 제한없이 출입 가능하고 별도 관리인을 두지 않았다. 치매 환자들이 의료진의 관리·감독이나 제한없이 옥상에 출입하는 것에 대해 의료진 과실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A씨가 옥상 난간을 스스로 넘어 사고가 발생했으며 정상인과 같은 의식상태가 아니더라도 건물 아래로 추락할 경우 사망에 이르거나 크게 다칠 수 있음을 인식했을 수 있었을 것임을 고려해 C병원의 책임비율을 15%로 제한했다.

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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