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로 의료계와 한의계 간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용 광선치료기인 IPL을 이용해 피부치료를 한 한의사에 내려진 자격정지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법원은 의료법이 의사나 한의사 면허 범위와 한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한의사 B씨가 복지부를 상대로 한의사 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복지부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의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2001년부터 A한의원을 운영해온 한의사 B씨는 2008년 1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의료용 광선치료기인 IPL을 이용해 환자 7명의 피부치료를 했다.
'의료인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한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복지부는 A한의원에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고 이에 대해 사전통지를 했다.
B씨는 대전지방법원에서 현재 재판중이니 판결 확정시까지 처분을 유보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후 대전지방법원의 1심 재판에서 B씨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이 판결에 항소,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돼 1심의 판결이 확정됐다.
판결이 확정되자 복지부는 B씨에게 자격정지에 대해 2차 사전통지를 했다.
B씨는 이 통지에 대해 자격정지 처분을 2018년 이후로 해줄 것, 의료기기 판매업자들을 잘 관리할 것, 자격정지 기간이 너무 길어 선처할 것 등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한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일치하지 않아 처분사유가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영향을 받았다"라며 복지부 처분이 절차상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복지부의 처분 취소를 주문하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제1심에서 "한의사인 원고가 IPL을 사용해 의료인이 면허 범위 외의 의료행위를 한 것이 처분사유이지만 해당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의료인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의사나 한의사의 면허 범위와 한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데 무게를 둔 것이다.
법원의 판결에는 복지부가 한의사의 IPL 이용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유권해석도 영향을 미쳤다.
복지부는 2009년 "우리나라 의료가 한방의료와 양방의료로 이분화돼있음에도 그 면허 범위에 관해 명확한 규정이 없고 IPL은 양방에서 피부치료 등을 목적으로 개발, 사용됐기 때문에 한방측에서 사용하는 것이 원칙상 문제될 수 있으나 한의학적 이론 및 원리로 설명이 가능하면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답변했다.
법원은 "B씨가 위법행위를 할 당시 IPL을 이용한 시술이 한의사의 면허범위 내인지 여부에 관한 법적 판단이 명확하지 않았고 대한한의학회 등은 IPL을 사용할 수 있다고 표방해 한의사들에게 관련 시술을 교육했다"며 "이와 관련해서 법원은 엇갈린 판단을 내놓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의료인 면허 범위에 관한 규정과 법리, 한의사의 면허 외적 행위에 대한 판단 어려움, IPL 시술의 내용과 특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사건의 위법성 정도나 위법성 인식 가능성, 이로 인해 초래될 위험성 정도가 미약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복지부는 항소했지만 법원의 판단에는 변함이 없었다.
서울고등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라며 복지부의 항소를 기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