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며 마스크를 챙기고,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상처를 받은 환자들은 여전히 몸도, 마음도 아프다. 풍요로울수록 아픈 역설 속에서 환경, 보건 분야의 기초연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최근 들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가습기살균제 같은 생활화학제품 등 환경, 보건 사안에 대한 국내 의료기관의 잇따른 연구결과 발표에 이어 적극적인 활동에도 나서며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는 지난 2015년 5월 환경부로부터 지정을 받아 문을 열었다.
국정과제인 '환경성질환 예방·관리 체계 구축'에 기여하고 당시 가습기살균제 사태 발생 당시 유해화학물질 노출과 건강의 인과관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첫 발을 내딛으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환경부는 환경성질환과 환경요인 간 상관성 조사·연구를 위해 2007년부터 질환별로 환경보건센터를 지정해 운영 중이다. 알레르기질환, 소아발달장애, 소아암 등 분야별로 나눠 전국 병원·대학 등이 환경보건센터를 갖추고 있다.
사회적 이슈 부상 각종 환경성질환 연구 활발
서울아산병원은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 폐 외 질환 등과의 연관성 규명을 위한 연구 활동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 접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특별기구' 설치도 공약했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저감대책과 가습기살균제 지원사업 예산을 대폭 늘렸다.
환경부가 발표한 2018년 예산안에 따르면 대기부문 예산안은 2017년 5276억원보다 33.5% 늘어난 7043억원으로 편성됐다.
미세먼지 대응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사업 예산도 57억원에서 82억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그간 서울아산병원 1곳에만 지정돼 있던 보건센터를 환경부는 전국 단위에서 3곳(30억원)을 추가로 확충한다고 공표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미세먼지가 국가 중요 아젠다화 됐는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장 홍수종 교수는 "대책 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실제로 홍 교수는 우리나라 출생 코호트인 ‘산모‧영유아의 환경유해인자 노출 및 건강영향연구’에서 임신기간 동안 미세먼지 노출이 태아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태아 성장 지연, 특히 태아 머리둘레의 감소 및 출생시 체중 감소 뿐만 아니라 출생 후 성장발달 저하 및 신경인지발달 저하, 아토피 피부염 위험 등 성장과정에도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센터에서도 2018년 미세먼지(PM10)가 영유아의 중이염발생에 영향요인이 될 수 있고, 여학생들 생리주기를 빠르게 한다는 결과 보고로 성조숙증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또한 "올해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위한 건강 모니터링을 이어나가면서 연구 부분을 확대,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습기살균제, 대기오염과 건강영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정부, 학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 참석자들은 가습기살균제 노출에 의한 유전자 변화 등 생체지표를 찾기 위해 진행 중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 관계자가 직접 참여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건강모니터링 지원책에 대해 논의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홍 교수는 “앞으로도 가습기살균제 연구는 물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기오염과 폐, 기도질환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