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갑질문화 '비품 사비구입·기부 강요·임신순번제'
최종수정 2018.07.05 05:55 기사입력 2018.07.05 05:55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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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최근 들어 사회 내 각계의 갑질 행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의료기관 내 오랜 기간 지속돼 온 갑질 문화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원 의료품 사비구입·기부금·휴가사용 등 강요와 함께 임신순번제로 대표되는 임신자율성 침해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의료노조(보건노조)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8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②-보건의료 현장의 갑질·태움, 폭언·폭행, 모성보호 실태’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2개월에 걸쳐 5만7303명에 대한 전수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중 2만 9620명이 답했다. 표본오차는 95%이며 신뢰수준은 ±0.40%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원물품 구입을 개인에게 강요했다’는 응답이 33.8%였고, 휴가 강제사용 48.1%, 기부금 및 각종 회비 강요도 29.3%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갑작스런 근무시간 변경(48.2%) ▲휴가 및 휴직으로 인한 인력부족에 따른 미충원(46.6%) ▲본인의 업무가 아닌 업무강요(38%) ▲권한 밖 타 직종 업무수행 강요(34.1%) 등이다.
 
병원의 갑질을 경험한 노동자 중 "이직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80% 이상이었다.


 
또 임신순번제로 대표되는 임신자율성 침해도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3년 내 임신·출산을 경험한 응답자 6163명을 대상으로 ‘임신 결정의 자율성’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임신결정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은 34.1%로 높게 나타났다.
 
‘임신결정이 자유롭지 못한 주요 이유’로는 ▲동료에게 업무 가중(50.4%) ▲부서 분위기상 눈치가 보여서(24.4%) ▲부서 내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이 많아서(21.4%) 등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보건노조는 “임신순번제 등이 병원사업장에서 사라지려면 무엇보다 병원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며 “임신·출산·육아 등 수요를 예측해 모성보호 필요 인력을 미리 충원하는 ‘모성정원제’가 병원사업장에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료기관 감정노동이 보호받지 못 하고 있다는 결과도 함께 나왔다.
 
최근 전라북도 익산의 병원 응급의학과장이 주취환자로부터 폭행당한 사례 등처럼 병원 내 환자·보호자·동료 의료진으로부터 폭언·폭행·성폭력 등을 경험한 다수의 피해자들은 뚜렷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는 사람에게 하소연하거나 참고 넘겼다’는 응답은 폭언(83.4%)·폭행(66.6%)·성폭력(80.1%)·괴롭힘(87.4%)으로 나왔고, ‘직장 상사나 동료 등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폭언(15.3%)·폭행(29.6%)·성폭력(18%)·괴롭힘(10%) 등이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나 고충처리위원회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는 2% 미만이었으며, ‘법적 대응 또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의견도 거의 모든 항목에서 1% 미만에 그쳤다.
 
보건노조는 “병원 노동자들이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며 “형식적인 정부정책이 아니라 반드시 지킬 수 있는 제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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