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의료현장에서 인공지능(AI)은 가능성을 넘어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 고민되고 있는 시점이다. 여기에는 의료시스템과 AI 기술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요구된다. 이에 AI의 융합적 연구를 추진하기 위한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가 곧 출범할 예정이다. 데일리메디가 최근 추진위원장인 서준범 교수(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Q.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창립 준비위원회를 맡게 됐다. AI 학회 필요성에 대한 병원 현장의 공감대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
많은 의료분야에서 AI기술을 이용한 연구나 의료현장 개선의 가능성들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여건상 의학-공학 공동 융합연구 경험이 부족하며 연구자 또한 적은 것이 현실이다. 분야별 의학연구자들이 개별적으로 AI기술을 배우거나 공학, 산업전문가들을 접촉해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다. 지난해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AI 교육 워크숍을 진행해 왔는데 호응이 컸다. 공학자들도 연구용 의료데이터나 연구주제 등에 대한 갈증이 많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의학자에게는 AI기술을, 공학자에게는 의학적 요구를 서로 알리는 장(場)으로서의 학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기술을 실제로 사용하려면 의료데이터 활용 및 의료기기로서의 인허가, 성능관리 등의 여러 규제적 요소의 해결이 필요한데 이 또한 개별의견이 아닌 중립적 학술단체인 학회가 의견을 모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높다.
Q. 학회 구성 준비에 있어 개인적으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의학의 한 전문분야 학회가 아니라 의학, 공학, 산업, 정책 등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융합학회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쪽 의견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구성원과 전문가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설립준비 과정에서 학회 미션, 비전을 함께 만드는 과정들을 진행해 왔다. ▲의료 AI 융합 기술을 이용한 지능형 의료기기 개발 및 임상적용 ▲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산·학·연·병·정 융합의 장 ▲유용하고 안전한 기술 임상시험 촉진 ▲융합 교육을 통한 인재 육성 ▲관련 산업 활성화 ▲관련 국가 정책 개발·규제 조정을 위한 소통의 장 등의 비전을 함께 만들었다.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 많은 의학, 공학자들이 학회에 참여함으로써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학술집단의 위상을 확보하게 되면 정부부처와의 협업 등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라 믿는다.
"학회 초기 연구는 딥러닝 기반 의료영상 분야 집중 후 확대"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반 의료행위 패러다임 변화 예상"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과 산업적 발전 측면 조율 고심"
Q. 병원에서는 왓슨을 통한 암 진단으로 AI를 처음 접하게 됐고, 최근에는 의료영상데이터와 AI 결합이 활발해지고 있다. 의료인공지능학회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될 영역은 어떤 부분인지
특정 의료영역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주로 딥러닝이라는 최신 AI기술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이 많은 상황과 세계적인 흐름을 고려하면 초기에는 의료영상 분야에 관한 연구들이 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음성인식, 빅데이터활용, 신약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모두 포괄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자 한다.
Q. 기업들이 AI 적용 장비 출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흐름들이 병원의 요구를 만족시킬 만하다고 보는가. 병원에서 바라는 분야가 특별히 있는지
단기적으로는 기존의 다양한 의료기기들에 요소 기술로서 접목돼 기기 성능과 효율을 증진하는 분야에 집중될 것 같다. 병원에서도 현재는 음성인식을 통한 의무기록이나 영상판독보조 등 진료효율을 증진하는 쪽의 요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의학지식이나 의료행위의 큰 흐름을 바꾸는 쪽으로도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AI기술이 의료를 혁신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다양한 병원 내외의 보건의료시스템 효율을 증진하고 새로운 의료지식을 만드는데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Q. AI와 같은 최신 기술을 병원에서 개발 및 활용할 때 걸림돌이 되는 규제나 정책이 있다면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논의되고 있듯이 국제적으로도 매우 엄격하다고 평가되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연구데이터 이용 및 상업적 활용에 대한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단지 법규나 규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인식의 문제기도 하다.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보다 편하고 정확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대중의 믿음과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 산업적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의료기기 인허가와 성능관리 등에 대한 정책도 빠르게 준비돼야 한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규제, 정책의 혁신을 통한 기술개발, 산업화 촉진의 흐름을 살펴보고 우리가 배울 점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 사실 정부 유관부처에서도 이런 부분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문제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과연 얼마나 빠르게 의견을 합쳐 전진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기술수준이 아니라 규제나 정책의 혁신 속도가 의료AI 기술의 국가 간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앞으로 만들어질 학회는 이런 영역에서 환자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혁신적인 기술 도입을 앞당기는데 가치 있는 의견을 내고자 한다.
![](https://dailymedi.com/dmedi/img/nimg/logo.gif)
한해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