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없던 새로운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선(先) 시장진입 후(後) 평가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신의료기술평가를 받는 제품은 보통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기존 연구결과가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제 막 시장에 나온 제품에 대한 연구 결과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된다. 이에 문헌검토 과정을 대체할 수 있는 가치평가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도 그간 첨단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개선을 위해 첨단 의료기술 신속진입 평가트랙 시범사업 및 의료기기 허가-신의료기술평가 통합 운영 등으로 허가 과정을 단축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측은 "제한적 의료기술평가 제도의 효율성 재검토를 포함한 전반적인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선 시장진입 후 평가'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선진입 후평가 방식은 신의료기술 평가 자체를 포괄적 네거티브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복지부에서도 제안한 바 있다.
대한의료기기산업협회 측도 “특정 제품이 ‘연구단계·조기기술’ 수준으로 평가받을 경우 일부 제한적 의료기술평가제도를 통해 임상근거를 확보할 수도 있으나 시장진입이 막히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업계에서는 우선 제품의 시장 진입을 허가하고 이후 규제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허가-신의료기술평가 통합 운영은 자료중복 최소화 및 신청창구 일원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각 기관별로 이견이 있거나 신청 결과에 대해 민원·애로사항 발생 시 처리가 늦어질 우려도 있다”며 “통합시스템 구축 효과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의료기술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는 지금까지의 의료기기 허가 시스템을 완전히 뒤집는 것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토론회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장인숙 급여보장실장은 선진입 후평가 방침에 대해 “신의료기술 재평가 및 사후관리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한 번 시장 진입한 기술은 퇴출 기준이 불명확해 이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오히려 복잡해질 수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재규 교수 또한 “무조건적으로 도입되는 기술은 임상 현장에서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며 “기술을 직접 사용하는 의사와 환자들의 신뢰도 역시 중요한 만큼 심사가 요구되는 기술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