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닌 사람이 먼저, 고가신약 접근권 보장해야'
최종수정 2018.08.20 12:32 기사입력 2018.08.20 12:32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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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어떠한 이유에서도 환자에게 의약품이 제한돼서는 안된다."


암이나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의약품 및 의료기술 개발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대체 불가한 고가 신약의 경우 시판허가 및 건강보험 등재를 둘러싸고 여전히 진통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권 보장방안에 대해 국가 차원의 제도적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개최된 '고가 신약의 신속한 환자 접근권 보장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대체 불가한 고가의 신약이 필요한 환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성토했다.

그는 "모든 환자들이 신약치료에 신속히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돼야 하지만 마냥 비급여 영역으로 장기간 방치할 수도 없다"고 짚었다. 
 
실제 토론회에서는 약값이 없어 치료를 못 받은 암환자의 사망을 비롯해 파생되고 있는 문제점들이 조명됐다.

"가난하면 치료받을 기회도 없는 세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헌법은 국민인 환자에게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생명과 직결된 신약 접근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국가가 이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나라에는 환자 관점에서 의료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생명과 직결된 대체제 없는 신약에 대한 신속한 환자 접근권 보장 제도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신약이 우리나라에서 시판됐다면 경제적인 능력과 상관없이 우선 약을 사용해 환자부터 살려 놓고, 정부당국과 제약사가 약값을 결정해야 한다는 인권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항암제로 예를 들어보자.
 

1세대 항암제인 화학항암요법(인터페론 등), 2세대 항암제 표적항암제(글리벡, 허셉틴 등), 3세대 항암제 면역항암제(키트루다, 옵디보 등)를 둘러싼 효과와 부작용은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안기종 대표는 "재발한 소아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제인 킴리아(Kymriah)는 1회 주입비용이 미국 기준 무려 47만5000달러(5억3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의 경우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화를 통해 생명연장 효과를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대부분이 누리고 있다.


반면,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인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화 지연으로 폐암 환자 상당 수가 배제돼 있다.


생명과 직결된 신약은 대체재 부재로 인해 현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안 대표는 "2상 임상시험 완료 후 미국 FDA와 유럽 EMA의 시판허가를 받은 신약, 1상 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
이 검증된 후 2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신약, 신약처 허가를 받아 비급여로 시판되고 있지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 고시가 안 된 신약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적잖다"고 말했다.


"인정 범위 설정이 관건"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범위를 어떤 기준에 의해 확정할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다.


실제 현행 법령에 따르면 적절한 치료가 수반되지 않는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높고 치료 대안이 존재하지 않
는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하는 목적에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특히 기존 의약품보다 '현저히' 안전성 또는 유효성이 개선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지정을 받은 신약을 일컫는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신속한 건강보험 등재제도 정착을 선결과제로 꼽았다.


그는 "식약처 허가 후 신약이 시판되는 즉시 모든 해당 환자들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값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후 제약사와 건강보험공단이 약가협상을 완료한 후 차액을 청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경제성 평가 결과 등을 토대로 건보공단이 제약사와 공식적인 약가협상 절차를 통해 최종 약값을
결정하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환자는 약가협상 절차 지연이나 결과와 상관없이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으면서 치료를 받
을 수 있다.


무엇보다 선등재 후평가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상은 신약과 생명과 직결된 대체제가 없는 현저한 효능과 안전성 개선을 보인 신약이다.


현재 선등재 약가 기준에 따르면 선진 7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등에서는 등재가격 최저가를 적용하고 있다.


안기종 대표는 "비급여 신약의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위해 암질환심의위원회 평가 이후 '특정 가격' 등재에 이어 현행 비용효과성 평가 및 협상 절차를 동일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차액은 환급하되 보건복지부의 평가 가격 고시 등 과정을 거치는 선등재후평가 모형이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해 심평원과 건보공단이 신속한 급여 결정 및 약가협상을 할 수 있도록 숙련된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안 대표는 "약가협상에 참여하는 전문 인력들이 부족해 중증질환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신약 접근권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약의 급여결정 및 약가협상 관련 전문인력들의 채용을 억제할 게 아니라 확충해야 한다"며 "인력이 2배 많으면 환자 생명과 직결된 신약 접근권도 2배 증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숙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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