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해외에서는 인허가를 마친 인공지능(AI) 의료기기 장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AI 기반 의료기기 허가를 받고도 판매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에 대해 국내 기업이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AI 의료기기 전문업체 뷰노의 김현준 전략이사[사진]은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벌써 의사 없이 사용 가능한 AI 장비가 출시되는 등 첨단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다른 나라와의 가이드라인 격차로 인해 국내 업체들의 시장 진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뷰노는 최근 뼈 나이를 진단해 주는 AI 기반 의료 소프트웨어 ‘본에이지’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국내 AI 의료기기로는 처음이다.
뷰노 측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골연령 진단은 1년에 대략 180여 만 건 정도 이뤄지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630억원 가량이다.
가장 많이 시행되는 흉부 엑스레이가 연간 2800만회 1280억원 규모이며 경추나 족골 진단 비용이 380억~340억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골연령 진단 시장은 상당한 고부가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 이사는 “큰 병원의 경우에는 바쁜 업무로 인해 판독 질(質)이 낮고, 개원가는 건수가 적어 경험과 숙련도의 문제가 있다”며 “각 의료기관 규모에 따른 요구 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게 본에이지 같은 AI 기반 소프트웨어”라고 설명했다.
본에이지는 서울아산병원의 X-ray 데이터 학습을 통해 개발됐다. 촬영된 영상을 바로 분석해 가장 유사한 자료를 제시하면 최종 판단은 의사가 하는 방식이다.
본에이지를 통해 영상을 판독하면 시간을 최대 40% 단축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2017년도 미국 방사능학회 저널에 발표된 바 있다.
김 이사는 “대학병원과 같은 대형 의료기관은 개인정보 및 네트워크 보호에 관심이 많아 독립된 패키지를 제공하고 개인병원에는 클라우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해 판독 건수에 따라 과금하는 방식을 택하려 한다”며 “이 클라우드 사용 방식이 개원가에서 수요가 꽤 많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뷰노는 AI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안저질환 ▲폐암 ▲폐질환 ▲심정지 예측 ▲영상 판독용 음성인식 ▲성병 진단 등의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에 있다.
그러나 본에이지는 식약처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되지 못하고 있다. 신의료기술 평가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외국과 달리 식약처 허가 이후에도 신의료기술 평가 등 규제 많아"
김 이사는 “외국은 식약처 허가와 동시에 제품 판매가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식약처 인허가를 받았더라도 기존기술 혹은 신의료기술 평가 여부가 확정되지 않으면 판매가 불가능하다. 식약처로부터는 의료기기 허가에 적극적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기 시장 패러다임 변화로 기술력만 있으면 도전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영역이 새로운 기회로 도약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국제의료기기규제조화포럼에 가입한 만큼 타 선진국과 규제를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건당국이 의료 소프트웨어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클라우드 영역의 가이드라인을 명시해 기업이 법 위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김 이사는 “현재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장만이 진단 관련 의료행위 기록의 송부가 가능한데, 본에이지와 같은 AI 소프트웨어가 진단을 위한 보조적 분석정보를 생성하고 이를 일시적으로 송부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의료법상 클라우드 기반의 AI 의료서비스가 가능한지, 기업이 진료정보 위탁관리자로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지 등을 보건복지부에 문의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법을 준수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불안 요소가 남아 있는 이상 이 같은 최신 기술 접목 의료서비스 개발에 대해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해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