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O, 의료기관 효율화 전략 세계적 흐름’
지영호 성균관대 대학원 의료기기산업학과 외래교수
2015.10.11 17:50 댓글쓰기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기관의 효율적 운영과 공공성 강화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기존에 자체 수행하던 구매계약 사무를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 구매예산을 절감하고 업무시스템을 효율화하는 사례가 주목 받고 있다.

 

이미 미국 등과 같은 선진의료시장은 의료기관의 구매위탁이 비용 절감과 효율적 구매 • 품질 관리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유통단계로 자리잡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으며, 공공병원 중심의 유럽 선진국들 역시 구매위탁을 통한 재정 건전성 강화가 적극 장려되고 보편화 되는 추세다.

 

국내의 경우 최근 구매원가 절감과 리베이트 관행 근절 등 GPO 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내 GPO 600여개 이상 존재, 의료기관 96~98% GPO 통해 물품 구매

 

의료기관 구매대행업체 GPO(Group Purchasing Organization)는 미국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미국의 대형 GPO 협회인 HSCA(Healthcare Supply Chain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 내 5000여 개 병원의 96~98%가 1개 이상의 GPO에 가입돼 있으며, 병원당 평균 2~4개의 GPO사를 통해 구매업무를 대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13년 오바마케어로 알려진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미국인의 범위가 넓어져 전반적으로 미국 의료시장규모가 커지는 동시에 그에 따른 가격경쟁력 역시 중요해짐에 따라 GPO의 역할과 규모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600여 개의 GPO사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미국 전체 의료기관의 구매 관련 절감 규모가 연평균 10~1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한해만 관련 절감규모의 경우 250억 달러에서 최고 552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예상되는 누적절감 규모의 경우 무려 1,679억 달러에서 3,7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도 GPO 위탁 보편화 추세

 

영국의 경우 대형병원의 약 85% 이상이 소속되어 있는 보건성 산하기관 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통해 대부분의 의료서비스가 관리되고 있다.

 

의료기관의 구매/물류관련 업무는 NHS 산하기관인 PASA (Purchase and Supply Agency)를 통해 관리해왔으나 전문성 결여로 인해 비용 및 시간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 2006년 민간물류기업 DHL과 함께 NHS Supply Chain 이라는 법인을 설립, 구매/물류 업무를 10년 계약으로 위탁하며 DHL의 세계적 물류네트워크와 구매력 등 노하우를 통해 재정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그 결과, DHL의 CEO인 Frank Appel은 “NHS의 구매 및 물류 위탁을 통해 영국 정부는 그동안 약 8억파운드(한화 1조4000억)를 절감했으며 이것은 혁신적인 공공-민간 협력의 대표적인 win-win 사례“라고 말했다.

 

이 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공공병원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는 기타 유럽국가 역시 1990년대 이후 GPO를 통한 공공병원 경영효율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추세다.

 

유럽 내 GPO 도입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독일의 경우 전체 병원의 약 80%가 GPO를 통해 구매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인건비를 제외한 병원 지출 비용 중 GPO를 통한 구매비율이 2002년 20%에서 2010년 42%로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며 2010년 한해 GPO를 통한 절감규모가 무려 4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에도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 등의 병원을 모방하여 공급부문에 SPD(Supply Processing Distribution)화를 지향하는 원내물품반송시스템을 도입하는 병원들이 등장했다.

 

이후 1990년대 접어들어 병원경영상태가 악화되면서 물품관리 효율화와 경영개선의 수단으로써 전문인력을 제외한 물류관리업무를 외주를 통해 비용절감을 실현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도 GPO의 사회적 기능 공감대 확대 단계

 

이러한 세계적 움직임에 따라 국내에도 2000년 전자정부 구현에 부응하여 발전적 형태의 GPO기업이 첫 설립됐다. 발전적 형태의 GPO 기업은 IT시스템을 통해 병원과 인터페이스를 연동하여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수 병원과의 거래를 통한 구매 데이터를 통해 효율적인 구매를 진행한다.

 

현재 국내 GPO시장은 이지메디컴이 거래금액 7,300억원 규모로 리드하고 있으며 최근 지오영, 아이마켓코리아 등의 대기업들이 케어캠프, 안연케어, 큐브릿지 등 발전된 형태의 GPO사로 전환하며 선진적 GPO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고 있다.

 

이러한 GPO사의 경쟁력은 3가지의 요소로 요약된다. 바로 효율성, 투명성, 공정성이다.

 

병원의 경우 전문성과 특수성으로 인하여 선진적 GPO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구매대행과 물류, 위탁재고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분야로 알려져 왔다. 이 같은 난점 때문에 국내에는 개별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공급하는 초기적인 형태의 의약품 도매상과 의료기기 대리점 다수가 난립하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에 이지메디컴 등의 선진적 GPO기업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된 의료분야 전자상거래 시스템은 의료기관의 비교 정보를 통한 구매 경쟁력 향상과 효율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공급사 간 공정경쟁 기회 부여 및 마케팅 비용 절감 등 B2B e-마켓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한 의료용품 전자상거래를 통한 시장에서의 사회적 비용 절감 방안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오고 있다.

 

의료기관이 직접 수행했던 구매, 물류 및 재고관리를 GPO사의 표준화된 프로세스의 도입과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이용함으로써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정보에 따른 견적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객관적인 물품정보 및 가격정보의 공개로 공급자 간 합리적인 경쟁 유도를 통해 물품구매 예산의 절감과 전자조달 방식을 통한 구매업무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 및 신속한 구매절차 개선에 따른 소량 및 실시간 구매가 가능하게 된다.

 

또한 GPO 도입을 통한 의료물품 구매는 건강보험공단 재정 절감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사례를 통해 나타났다.


전문GPO기업의 이지메디컴에 구매사무를 위탁 진행한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강원대학교병원 등 대표적인 국공립병원 1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보험품목을 상한가 이하로 구매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을 연평균 612억원씩 총 1,837억원 가량 절감과 효율성을 높혔다.

 

보험품목 구매시 상한가 대비 절감된 금액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절감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국민 의료비 부담 절감으로 이어져 GPO 도입이 건보재정 누수를 막고 공공병원의 예산 운영을 효율화하는 대응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의 선진적 GPO 도입 확대를 위한 과제: 규제완화 및 승인 절차 간소화

 

최근 선진적 GPO와의 협업을 통해서 병원 구매비용을 효율화하고 건보재정을 절감한 사례가 소개되고, 선진적 GPO구매프로세스를 도입한 병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공공병원의 일부는 자체 구매만을 고집하고 있다. 관련 법령 및 허가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국공립 대학병원, 지방의료원 등의 공공병원은 의료기관의 성격에 따라 병원장의 승인을 얻은 후 교육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등의 주무부처의 승인을 1차적으로 받은 뒤, 행정자치부장관 또는 기획재정부장관의 최종 허가가 있어야 외부 계약사무 업무를 맡길 수 있다.

 

의료기관의 비핵심 업무인 구매물류 업무를 전문 기업에 위탁하고, 의료진은 핵심 업무에만 집중하여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은 의료기관 비용과 프로세스를 모두 효율화하는 GPO의 기능이다.

 

이는 세계적인 의료기관 효율화 전략으로, 국내에서도 GPO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의료기관 담당자의 인식 확대와 제도적 지원책 등이 적극 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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