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2] 심장에서 나온 피는 내경이 다른 여러 종류 동맥혈관들을 지나 정맥혈관들을 통해 심장으로 되돌아온다.
대동맥의 경우 혈관 내경이 2.5㎝, 대퇴동맥과 경동맥의 경우 내경이 7~10㎜, 그리고 관상동맥의 경우 약 3㎜다.
혈액이 정맥혈관으로 나가기 전에 소동맥(50~100μ)과 모세혈관(5-10μ)을 지나는데, 모세혈관 내경은 적혈구(직경 5~7μ)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작다.
모세혈관은 사람 머리칼보다 20~30배 정도 작은데 이렇게 작은 혈관 속으로 혈액이 지나가는 게 얼마나 힘들지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혈액 점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게 되면 이들 작은 혈관으로 흐르는 게 힘들어지고 결국에는 혈액이 더 이상 흐르지 못해 작은 혈관들이 없어지게 된다.
"내경 큰 혈관 유속, 관성력 영향 커"
내경이 크고 작은 혈관에 혈 유동의 특징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체역학적 이론을 이용하는 것이다.
내경이 큰 동맥에서 혈(血) 유동은 혈 유속으로 대변되는 관성력에 의해 지배되고 혈액 점도 영향은 비교적 적게 받는다. 내경 3㎜인 관상동맥에서 혈 유동도 관성력 영향이 점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관상동맥 일부가 막혀 스텐트 시술을 하기 위해 미국에서 사전 보험 승인을 신청할 경우 내경이 70% 막혔을 때 승인해준다.
그 이유는 이보다 덜 막혔을 땐 혈 유동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유체가 흐르는 속도와 압력, 높이를 수량적으로 나타낸 베르누이(Bernoulli) 공식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혈관이 더 심하게 막히게 되면 혈액이 좁아진 혈관(flow-limiting stenosis)을 빠져나가기 힘들어 심각한 혈 유동장애가 생기지만, 스텐트 시술을 통해 정상 혈 유동을 회복할 수 있다.
"직경 작은 미세혈관 혈 유동, 혈액 점도에 의한 마찰력 중요"
직경이 관상동맥보다 훨씬 작은 혈관들 , 이를 테면 소동맥이나 모세혈관 등 미세혈관에서는 관성력보다는 마찰력이 혈 유동 현상을 지배한다.
유체역학에서는 레이놀즈 수(관성력/마찰력)를 이용해 유동의 특징을 구분하는데, 이는 관성력과 마찰력 비율을 나타내고 분모에 있는 마찰력은 혈액 점도 때문에 발생한다.
레이놀즈 수에서 혈관 내경이 분자에 포함돼 있어 내경이 큰 동맥혈관에서는 레이놀즈 수가 적어도 100 이상이 된다. 예를 들어 관상동맥에서 레이놀즈 수가 100 이상인데, 이는 관성력이 마찰력보다 약 100배 크다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혈액 점도에 의해 발생하는 마찰력이 관상동맥 혈(血) 유동에 미치는 영향이 별로 크지 않다다. 마찰력은 공학에서는 전단력(Shear force)이라는 전문용어로 표현한다.
그런데 내경이 100μ 이하인 소혈관과 모세혈관에서는 레이놀즈 수가 0.1보다 작아져서 전단력이 관성력보다 최소 10배 크다. 이 경우 혈 유동이 관성력보다 마찰력에 의해 지배되고 관성력은 혈 유동에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만약 혈액 점도가 정상인의 값보다 30% 증가했을 경우에는 미세혈관에서 혈(血) 유동이 약 30% 감소할 것으로 추측된다.
혈당 증가→적혈구 변형률 감소→마찰력·혈액 점도 증가→혈(血) 유동 감소
가령 만성 당뇨병 환자에서 10~20년 시간이 지나면서 신장에 있는 미세혈관 혈(血) 유동에 계속 문제가 생겨 투석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은 적혈구 표면을 굳게 만들어 적혈구 변형율(deformability)을 감소시킨다.
공학도들은 적혈구와 비슷한 크기의 고체입자들을 물에 섞어서 유체역학 실험에 사용하는데, 최대로 섞을 수 있는 양은 대략 2% 정도로 아주 작다. 고체입자가 2% 이상이면 물의 점도가 너무 커져서 펌프로 물을 흘려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적혈구가 30~50% 정도 있지만 아주 부드러운 세포막을 가진 적혈구들이 물방울처럼 잘 변형되는 성질을 갖고 있어 별 문제없이 혈액과 함께 잘 흐르고 있다.
그러나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적혈구 표면에 달라붙게 되면 물방울 같았던 적혈구들이 점차 딱딱한 물질로 바꿔지면서 혈관 벽에 마찰력과 점도를 증가시키고 혈 유동이 줄게 된다.
혈당을 정상범위로 유지해야 하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혈액 점도를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미세혈관에서 혈액이 잘 흐르는지 아닌지를 임상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대의학에서 개발된 MRI, CT 등 영상기기들은 직경 3㎜ 이상 큰 혈관에서 혈액 흐름을 측정하는데 사용된다.
미세혈관에서 혈 유동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초음파-도플러(Doppler) 기술에 바탕을 둔 심장초음파를 사용하는데, 여러 이유로 임상에서는 사용하기 쉽지 않다.
미세혈관 혈(血) 유동은 관성력 영향은 거의 무시되고 마찰력으로 표현되는 혈액 점도가 거의 100% 좌우한다고 볼 때, 미세혈관에서의 혈 유동이 정상인지, 아닌지를 추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혈액 점도가 사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