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다니기 좋은 직장일까?
헬스와이즈 김민정 대표(제니스의 병원사람들 경험 이야기➉)
2023.05.08 08:10 댓글쓰기

최근 대한병원협회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병원 HR!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 토론에 연자로 참여했다.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병원에서 일한다”는 것의 직장 및 직업으로서 의미를 찾아보는 기회가 됐다. 그날 토론에서 다 언급하지 못한 병원 사람들의 직장과 직업에 대한 의견들을 담아 보고자 한다. 


우선 직업으로서 “병원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자. 우선 병원에 존재하는 많은 직업을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의사, 약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영양사, 다양한 치료사, 상담사 그리고 시설관리부터 일반 행정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직업의 행정직이 존재한다. 


병원에서 일하는 직업은 225개가 넘는다고 미국 노동부가 밝힌 적이 있고, 병원은 존재하는 조직 중에서 가장 복잡한 조직이라고 한다. 이런 병원은 어떤 직업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 


전문 직종이 이루는 수직 구조·불행한 시간 보내는 고객 응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세대 간 차이가 있을 테지만 우선 국내 병원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전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일하면서 직종 간 수직적인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대로 병원에 존재하는 직업인 의사, 약사, 간호사, 의료기사, 행정직 간에는 알 수 없는 수직적인 업무의 흐름이 존재한다. 이는 외국의 직종 간 존중과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병원의 분위기와 사뭇 차이를 보인다.

 

기업에서도 예전에는 화이트 칼라라고 불리는 사무직과 생산직의 직종 간의 수직적 인식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개인적인 업무 흐름에서 갈등을 발생시키는 수준은 아니다. 


예를 들면, 간호사는 의사에게 환자 상태를 알리고 처방을 받는 과정에서 윗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통상 윗사람은 조직안에서 발생하는 상급자 또는 상사인데 의사와 간호사 소통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 암묵적인 상위 그룹과의 소통이 발생하고 이는 개인 간 심각한 업무 스트레스와 갈등의 원인이 되곤 한다.


둘째, 고객을 대하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특히, 병원에 오는 고객들은 질병이라는 개인에게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이 많다. 이런 점이 직업으로서 병원이 매력적이지 못하게 하는 특성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분만과 같이 행복한 인생 과정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보다는 인생의 가장 불행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훨씬 더 많은 곳이 병원이다. 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직업 중 가장 어려운 직업 중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병원에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대인관계, 공감력, 그리고 환자 응대를 위한 서비스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자연과학에 익숙한 이과 전공자들과 의료 기술직들에게는 부족할 수 있는 역량들이다.


특히 자기 중심적 성향과 개성이 강한 MZ세대들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역량이므로 병원에서 일하는 직업은 어려운 직업임을 의미한다. 


시공간 유연성은 일체 허용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 


셋째는 근무 환경이 열악한 직업이다. 근무환경은 시간과 공간, 인프라 등을 의미하는 데, 우선 시간을 살펴보면 정해진 시간에 환자를 돌봐야 하고,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특징 때문에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등 시간적인 유연성은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이 뿐 아니라 갑자기 발생되는 환자의 특성상 업무 시간을 내가 조절하거나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공간 또한 환자를 중심으로 배정된 공간 사이에서 일하는 환경과 최근 확대되는 재택근무 등이 불가능한 상황 및 직원을 위한 공간이 매우 부족한 근무 환경이다. 


마지막으로 인프라는 복잡한 서류와 처방이라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전자의무기록(EMR)을 포함한 다양한 병원전산시스템(HIS)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 또한 각 병원마다 특성이 다르고 대부분 어렵다. 


신규 간호사의 경우 EMR 입력 때문에 근무시간이 상당량 늘어나는 시기가 있기도 하며 의사의 경우 전산업무의 지원인력이 필요하던 경우도 있었다. 


인력 이탈 부르는 병원 특성, 수가·인력·수도권 쏠림 등 의료현안 문제서 ‘외면’ 


이러한 세 가지 직장의 특성으로 볼 때 병원에서 일하는 직업은 매우 그 선호도가 낮을 수 밖에 없고 이는 이직 등의 이탈을 발생하는 아주 큰 원인이 되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지금까지 의료계 인력 부족의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깊이 다뤄지지 못했다. 


다시 말해 의료계의 근본적 원인인 수가 문제, 의사와 간호사 부족 문제, 수도권 집중현상 등을 의료의 제도적 문제 측면에서 다루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병원이라는 직장 안에서 일하는 직업의 직업적 선호도를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서 의사는 좋은 직업이라는 인식이 너무 팽배해서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에만 몰리는 웃지 못할 현실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직종 간 수직적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게 만들어 타 직종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화될지 모른다. 


미국에서는 국민에게 가장 존경받는 직업이 간호사라는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국내 병원에서 많은 간호사들은 아직도 환자들에게 ‘아가씨’로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3교대에 시달리고 자신의 업무에 대한 선택권은 갈수록 줄어들고 젊은 의사들과의 갈등은 갈수록 심해지는 직업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의료기사직도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환경적, 제도적, 문화적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직종 간 인식 및 문화 변화·근무환경 변화·자기결정권과 보상 필요   


어떤 것을 개선해야 할까. 우선은 문화의 변화다. 이는 사회적으로 직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내부적으로 직종 간 인식을 바꾸고 이를 위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의료기관 경영자는 모두 의사여야만 한다. 이는 외국의 의료산업과의 차이점에서 아주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의사가 경영하는 병원에서 의사직은 우월적 위치를 보장받고 또한 이것이 당연시돼왔다. 이는 우리나라 병원 문화에서 달라져야 할 첫 번째 인식이라고 생각된다. 


의사직도 다른 직종도 모두 동일한 직원이자 동료인 것이다. 상호 직업에 대한 존중하는 인식과 문화가 강조돼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수평적으로 일하는 방식의 도입이 요구된다. 


다음으로는 근무환경의 변화다. 병원 내 직원들의 휴식공간도 필요하지만 업무 공간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필자는 병원을 방문하면 반드시 직원들의 업무 공간을 확인해 본다. 


통상적인 업무를 위한 공간·회의실·휴게실 등이다. 이 공간들이 충분히 확보되면 직원들은 스스로 배려받고 있다고 느낀다. 가장 중요한 근무일 선택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분한 의료 인력의 확보는 아주 어려운 과제인데, 각자 업무 선택에 대한 결정권이 무시당하는 직장은 직원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끝으로 직업은 보상과 인정의 기전이 작동해야 한다. 인간관계의 바이블에 해당하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사람은 인정받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고 했다. 


직장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업무를 통해 성취하고 그들의 존재감을 느낀다. 필자는 직업의 조건으로 손꼽는 많은 것들 중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의 자기 결정권과 이를 통한 조직의 인정이 중요하게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 결정권이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계획하고 추진해가는 과정에서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병원에서의 업무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의사에게 집중된 권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업무의 순서를 정하고 환자에게 전달하는 말의 내용과 방식을 결정하고, 내 업무의 일정을 계획하는 것은 할 수 있다. 이러한 범위에서라도 자기 결정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 결과가 인정과 칭찬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타인과의 차별화로 보상되어 진다는 것은 직업을 통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과정이다. 


따라서 병원에는 직원들이 인정받고 보상받는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인사제도다. 직무를 배정하고 역량을 키우고 평가를 통해 보상하는 과정을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병원의 인사제도는 매우 낙후돼 있고 발전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 실정이다. 그리고 병원의 인사조직 전문가가 너무 부족한 현실이 안타깝다. 


병원 뿐 아니라 기업들도 조용한 퇴사, 대퇴사와 같은 새로운 조직관리의 이슈와 더불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기업이 되고자 각 담당자들은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다른 병원을 벤치마킹 하기보다는 타 기업들, 직원들이 비교하는 다른 기업들의 직장환경을 연구하고 배우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10년 후에는 더욱 어려워질 병원 인력 관리의 해법을 찾아갈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2023년 4월 벛꽃이 폈다 진 휴일 오후에 제니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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