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고위험군인 노인 인구수 증가에 따라 치매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기준 80세 이상 치매환자 수는 약 53만명이다. 이를 65세 이상 연령으로 넓히면 84만명을 상회한다.
2022년 기준 80세 이상 노인 인구수가 216만명임을 고려하였을 때 노인 4명 중 1명은 치매환자로 결혼한 사람이라면 양가 부모님 중 1명은 치매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 향후 치매 환자 수는 계속 증가,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돼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정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치매센터 치매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연간 가구 평균 소득 6193만원의 33.2%에 달하는 2061만원으로 추정된다.
국가 단위 치매관리비용도 2020년 기준 17조3000억원에서 2050년 기준 88조6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10명 중 4명은 중등도 이상의 치매 환자로 약 35만 명에 달한다. 치매는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돌봄에 드는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중증 치매 환자 비율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산영도병원 신경과 노상우 과장[사진]을 만나 적절한 치매 치료‧관리 방법 및 부담 경감 방안 등에 대해 들었다.
Q. 환자가 급증하는 있는 치매 최신 치료 동향은
현재 치매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치매 유형 중 전체의 60~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약물치료 방법에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 NMDA 수용체 길항제가 있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로 잘 알려져 있는 아밀로이드베타(Aβ) 단백질과 타우(Tau) 단백질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기타 약물치료 방법으로는 항산화제인 비타민 C, E, B6, B12와 엽산, 그리고 불포화 지방 섭취 등이 있지만 연구에 따라 효과가 일관적이지는 않다. 아직 근거가 부족하긴 하지만, 환자의 인지기능뿐만 아니라 정신행동 장애가 심화되는 중증 치매 단계에서는 비약물적 접근이 1차적인 관리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치매 환자의 정신행동 장애는 치매 환자에게 큰 위험 요소가 된다. 이는 가족 및 보호자에게 부담 요소로 작용해 결국 시설 입소를 초래한다. 따라서 치매 환자 가족들은 치매 환자의 행동 및 심리 증상에 대응하는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즉, 치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을 통해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약물치료 및 운동요법, 거주환경 조성, 사회적 지지 등도 동반돼야 한다.
Q. 현재 최선의 치매 치료 전략에 대한 의견은
치매는 아직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약물치료만이 치매 증상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치매는 조기 진단해 꾸준한 약물치료를 진행하면 환자 증상을 더욱 잘 관리할 수 있다.
결국 치매 치료 대원칙은 대부분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질환인 만큼 지속해서 일관성 있게 대처하는 것이다. 치료 목표 역시 환자 및 가족들 삶의 질을 유지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치매를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치료에 임할 필요가 있다.
Q. 국내 사용 가능한 치매 치료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현재 알츠하이머형 치매 증상 치료에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치료 약물로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인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그리고 NMDA 수용체 길항제인 메만틴 등이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 뇌에서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는 이러한 아세틸콜린의 양을 증가시키는 기전으로 작용된다. 현재 임상에서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 중 가장 대표적으로 도네페질이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증상 정도와 관계없이 넓은 범위에서 사용되고 있다.
“치매 약물치료로 증상 지연 및 호전 가능, 신경행동 증상도 개선”
“중증치매 치료 핵심은 와상상태 시기 늦추는거…뇌 기능 최대한 활용토록 조력”
Q. 치매 약물치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주요 혜택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현재 치매에 사용되는 약물로 완치에 이르게 하는 것은 어렵지만 병이 진행하는 것을 지연하고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약물치료를 실시하면 병의 진행을 6개월에서 2년 정도 지연시킨다. 또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는 기억장애, 공간지각장애, 계산장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지기능 장애 증상을 보이게 되고, 결국 스스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때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를 사용하면 인지기능의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치매는 인지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우울 및 불안, 망상, 환각, 수면장애, 공격성 등 다양한 신경행동 증상을 동반하고 신경행동 증상은 보호자의 부양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약물치료를 실시하면 이러한 신경행동 증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Q. 대표 약제인 도네페질의 이점과 실제 임상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도네페질은 현재 치매 증상 치료 약물 중 임상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여러 임상 시험을 통해 효과가 확인됐다. 실제 임상에서도 도네페질을 통해 장기적으로 약물치료를 실시하고 인지기능 및 이상행동 증상 개선, 일상생활 수행능력 유지 측면에서 효과를 보고 계시는 환자들이 다수 있다. 경증 및 중등도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도네페질은 5mg, 10mg 용량과 관계없이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유의하게 확인됐다.
또 일상생활 수행능력 유지 효과를 살펴본 임상 시험에서도 식사 준비(p<0.05), 식사(p<0.01), 여가 및 집안일(p<0.01), 위생(p<0.01), 옷 입기(p<0.01) 등 5개 영역에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외 기존에 정신과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는 중등도 이상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이상행동 증상을 유의하게 개선시키는 효과가 확인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도네페질과 같은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는 장기간 사용 시 인지기능 및 이상행동 증상 개선 효과뿐만 아니라, 뇌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Q. 치매 중증도에 따라 치료제 처방에 차이가 있는지
도네페질은 약물 용량 옵션이 5mg, 10mg, 23mg으로 다양해 경증부터 중증 치매까지 치매 전 단계에 걸쳐 처방할 수 있다. 중등도 이상의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라면 10mg 용량보다 23mg 용량 약물을 복용했을 때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난다. 때문에 치매는 중증화가 될수록 고용량 약물 처방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실시할 수 있다. 치매가 진행돼 중증 치매로 발전했다면 약물치료와 관리는 더욱 중요해진다. 중증 치매로 발전했을 때 치료를 실시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병이 진행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져 환자를 돌보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중증 치매 치료의 핵심은 환자가 와상상태가 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남아 있는 뇌 기능을 환자가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의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Q. 치매 약물치료는 어느 시점에 진행하는 것이 환자와 가족에게 도움이 될까
치매 약물치료는 최대한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 약물치료는 환자의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지연시켜 건강한 상태를 가능한 한 오래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의 경우 경도 및 중등도 환자의 증상 호전에 보다 효과적이다. 따라서 일상생활 중 치매가 약간이라도 의심된다면 바로 전문적인 진료를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초기 경증 치매 환자는 비교적 온전한 판단력을 지니고 있고 인지기능에 결함이 다소 나타나더라도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들을 방치해 중등도 이상의 치매로 이환되면 인지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동작의 손상, 정신문제행동 발생으로 인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또 치매를 방치해 중증 치매로 발전하게 되면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가족과 보호자에게도 돌봄으로 인한 부담이 가중된다. 때문에 치매 중증화를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약물치료를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치매환자 중 2/3는 방치, 대부분 중등도 이상 증상시 치료기관 방문”
“치매 약물치료, 증상 악화 지연과 돌봄 부담 완화 등 최대한 일찍 시작해야”
Q. 적절한 치매 약물치료가 환자 돌봄부담 완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행히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조기 치료를 시작할 경우, 치매 환자 가족은 돌봄 비용을 상당 부분 절약할 수 있다. 중앙치매센터 통계에 따르면 치매 조기 치료 시 치매 가족은 치매 발병 후 8년간 약 6300만원을 더 절약할 수 있으며, 7900시간의 여가를 더 누릴 수 있게 된다. 또한 치매 초기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5년 후 치매 환자의 요양시설 입소율을 55%가량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치매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치매 환자의 병이 진행하는 속도가 빨라질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돌봄부담도 함께 가중된다.
실제로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을 치매 중증도 별로 살펴보면, 최경도 치매 환자 대비 중증 치매 환자의 치매 연간 관리비용은 약 2배 이상이다. 또한 가정 내 치매 환자에 대한 돌봄부담 증가는 궁극적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의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치매 환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국가 단위의 치매관리비용도 2020년 기준 17.3조 원에서 2050년 기준 약 88.6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치매 약물치료는 치매 환자의 독립성을 연장해 치매 환자가 요양원에 입소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해 줄 뿐만 아니라, 치매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부담도 감소시켜 준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Q. 치매 약물치료 시행 여부에 따른 차이는
치매 초기 약물치료를 실시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 중등도 이상 치매로 이환될 가능성이 높으며 시기 역시 빨라진다. 중증 치매도 치료를 실시하지 않고 방치하면 병이 악화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특히 이미 중증 치매 단계가 되면 약물치료를 실시하더라도 치료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전체 치매 환자 중 2/3는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 상태에 놓여 있다. 또 치매 환자 대부분은 증상이 중등도 이상이 되었을 때야 치료를 위해 기관을 방문해 안타까운 실정이다. 치매는 인지기능이 서서히 쇠퇴하며 발생하기 때문에 치매 발생 속도를 늦추기 위한 치료를 받으면 여생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병이 악화하지 않도록 치료 효과가 좋은 초기에 약물치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Q. 지역 사회에서 치매 돌봄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필요 조건은
치매 유병률의 증가는 치매 환자의 개인적 부담뿐만 아니라 이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기 위한 인적, 물적 자원 등 사회적 부담 증가를 유발한다. 이에 치매는 환자 및 가족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과 사회적 부담 측면에서 최우선으로 해결이 필요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등 다수 국가가 치매를 사회문제로 바라보고 대응체계 및 시스템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5년까지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인한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중이다. 또한 일본 역시 사회 전체가 치매에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보급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치매는 환자 및 가족들 삶의 질 하락을 야기시키는데, 특히 중증 치매의 경우 삶의 질 하락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러나 치매에 진단되더라도 초기 상태 기간이 늘어나면 지역 사회 내에서 환자가 자립해 생활하는 기간이 연장되기 때문에 치매 돌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초기 치매 환자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지연시키고 환자 및 가족 지원 확대를 통해 가정 내 돌봄 기반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 증가에 대응, 지속 가능한 치매환자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