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일차의료 정책은 정부 몰이해에서 비롯됐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맞아 일차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내과가 대한민국 실정에 맞는 '한국형 일차의료 모델'을 제시, 공약으로 제안코자 한다."

신창록 대한내과의사회 대선기획위원회 위원장[사진]은 경기도 일산 신록내과의원에서 최근 출범한 대선기획위원회가 각 대선 후보 캠프에 제안한 보건의료 정책 과제 및 활동 방향에 대해 밝혔다. 

내과의사회는 지난달 대선기획위원회를 발족하고, 일차의료 육성 및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방안을 담은 정책제안서를 각 정당 주요 대선 후보 캠프에 전달할 예정이다. 

신창록 위원장은 "지난해 의료계에 닥쳤던 의대 증원 사건을 겪으며, 더 이상 수동적으로 대처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이 정책 제안을 하게 된 동력"이라고 운을 뗐다. 

"정부, 일차의료 방향성 부재…의료전달체계 개선해야"

내과의사회는 각 후보 캠프에 보건의료 분야 주요 정책 과제로 '일차의료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제시했다.

신 위원장은 "정부의 현행 일차의료 정책은 방향성도, 이해도 부족하다"며 "의원급 의료기관 현실을 외면한 채 외국 사례만 나열하며 이상론을 펼치고 있다"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과가 일차의료의 가장 근접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몇몇 교수 보고서나 시범사업만을 바탕으로 한국형 일차의료를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일선에서 환자를 보는 내과 개원의들이 제시하는 일차의료 살리기 정책 제안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일차의료 활성화는 사실, 의료전달체계 확립과도 맞닿아있다"고 강조했다. 

일차의료가 제기능을 하게 된다면 경증환자들이 무작정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현상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 위원장은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상급종합병원 외래환자 유치 경쟁과 국민들의 맹목적인 대형병원 선호 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병원들이 수입과 인센티브를 위해 외래 진료를 무한정 늘리는 것을 제한하고, 경증질환임에도 대학병원에 가는 환자들에게는 패널티를 주는 등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인 진찰료 가산 및 의료 강화된 커뮤니티 케어 제도 필요"

또한 내과의사회는 한국 사회가 점차 고령화되면서 노인 환자 관리 및 진료에도 정부가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 위원장은 "초고령사회를 맞아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데도 노인 진료는 소외돼 있다"며 "노인 질환의 초기 관리와 합병증 예방을 통해 장기적으로 막대한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소아뿐만 아니라 노인 진찰료 가산도 필요하다"며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케어'가 성공하기 위해선 복지와 의료가 함께 가야 한다"고도 부연했다.

그는 "사회복지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 케어는 의료가 빠져 실패했다는 현장 목소리가 많다"며 "고령환자 대부분이 만성질환자인 만큼 의사들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신 위원장은 직접 방문진료에 참여하고 있다. "의사들이 커뮤니티 케어를 신청해도 잘 뽑아주지 않는다"며 "참여 기회를 넓히고 방문진료 본인부담금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대한의사협회 대선기획단이 정책제안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직역의사회가 이례적으로 대선기획위원회를 발족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의협이 총론을, 내과의사회는 각론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의협이 의료계 전체 의견을 수렴해 정책 제안을 한다면, 우리는 일차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과 실천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구분했다. 

그러면서 "개원가는 단순히 이기적인 집단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고민하는 정책 파트너로서 인정받으면서 이미지 쇄신과 정책 역량 강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선까지 시간이 촉박하지만 국회와 각 정당 정책 담당자들을 만나 꾸준히 우리제안을 설명할 것"이라며 "대선 이후에도 제안된 정책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