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공백 6년, 여성의 몸과 권리 방치하는 국가"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
2025.08.11 05:37 댓글쓰기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가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명백한 선언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시계를 멈춰 세웠다.


법을 새로 만들라는 헌법재판소 명령을 외면한 결과, 우리는 ‘입법 공백’이라는 기이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 문제는 단지 국내 논쟁거리가 아니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마저 한국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안전한 임신 중단을 위한 포괄적 규제 체계를 신속히 마련하라고 권고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 법 없는 시간 동안 여성들 현실은 어떨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최근 조사는 그 위태로운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범죄화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있다. 임신 중단을 위해 정보를 얻는 경로는 놀랍게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온라인 광고나 SNS 같은 비공식적인 경로에 의존하고 있다. 합법적인 의료정보를 국가가 제공하지 않으니, 음지로 숨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료기관 문턱은 더 높아졌다. 어렵게 병원을 찾아도 ‘의료인 신념’, ‘파트너 미동의’, ‘이유 없는 거부’ 등 자의적인 이유로 시술을 거절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조사에 응한 여성의 절반이 한 곳 이상의 병원에서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현금 결제를 요구받는 경우도 많아, 이는 사실상 임신 중단을 비공식적인 의료행위로 취급하는 것과 다름없다.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여성,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된다. 100만 원 이상 비용을 지출했다는 응답이 크게 늘었고, 이는 저연령, 미혼, 저소득층 여성에게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현실이 낳은 당연한 결과다.


우리보다 1년 먼저 임신 중단을 합법화한 아일랜드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아일랜드는 2018년 법을 개정하며 ‘3년 후 법 시행 결과를 의무적으로 검토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그리고 실제로 2023년, 독립적인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3일의 숙려기간’이 오히려 시술을 지연시키는 장벽이 되고 있으며, 정보 접근성의 한계로 인해 여전히 영국 등으로 ‘원정 시술’을 떠나는 사례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숙려기간 폐지 등을 권고하며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들은 끊임없이 제도를 평가하고 개선하려 노력한다. 과연 우리는 어떤가?


국가가 답해야 할 시간


이제 우리가 나아갈 길은 명확하다. 국회는 더 이상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


첫째, 안전한 임신 중단을 보장하는 포괄적인 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이 법은 처벌이 아닌 건강권의 관점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UN이 권고한 것처럼 가용성, 접근성, 수용성, 비차별의 원칙이 법의 근간을 이뤄야 한다.


둘째, 유산유도제의 신속한 도입과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약물이다. 안전한 약물 접근을 보장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다.


셋째, 상담, 숙려기간, 배우자 동의 등 불필요한 장벽을 모두 없애야 한다. 임신 중단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따른 선택이며, 그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국가는 조건을 내걸며 통제할 것이 아니라 여성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비차별적으로 제공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입법 공백은 단순한 현상 유지가 아니다. 여성을 위험과 불안, 경제적 압박 속으로 밀어 넣는 명백한 권리 침해다. 이제 국가가 책임을 다할 시간이다. 


여성 건강과 권리가 더 이상 위태로운 회색지대에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입법 공백은 단순한 법률 부재가 아니다. 여성 생명과 건강, 권리를 방치하는 국가의 무책임이다.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안전하고 평등한 임신중단 환경을 위한 제도 정비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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