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덮친 구인난···대퇴사 시대 '인재관리전략' 주목
김민정 헬스와이즈 대표(제니스의 병원사람들 경험 이야기⑦)
2022.12.26 05:15 댓글쓰기

지난해 미국의 연간 자발적 퇴사 직원 수가 4740만명이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에 버금가는 수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의료 분야 근로자의 퇴직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 의료산업 분야 퇴직률은 3%에 달해 역대 최고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의료인들이 피로를 호소하며 직장을 떠나고 있다”며 의료 공백을 우려했다.


퇴사 직원 수가 월 400만명을 넘어서자 이를 일컬어 학자들 사이에서 대공황, 대성당 등의 용어처럼 ‘대(大)퇴사 시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는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 40%의 직장인이 이직을 결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평생 직장’이 사라진 지 오래다. 얼마 전부터는 경제적 자립·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FIRE)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더니 최근에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3년 이내에 그만두는 현상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입사 준비에 13개월이 소요되는 한편 평균 이직까지는 18개월이 소요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퇴사를 하는 것일까? 


첫째, 코로나19 유행이 가져온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삶에 대한 인식의 변화 때문이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스스로 주도적인 업무 관리가 가능한 인프라와 습관들이 형성됐다. 


재택근무 장점에 익숙해진 직원들은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직장을 떠나 시간이 자유로운 직장을 선택하거나, 주도적인 업무 관리가 가능한 직업으로 바꾸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펜데믹이 종료된 후에도 집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비중은 약 54%에 달한다고 한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순간 모든 것이 달라지거나 단절될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개인들이 삶에서 일과 직업이 차지하는 가치의 중요도가 달라진 점도 기여했다.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 직장’, ‘직업 아닌 지금의 단순 직장’


둘째, 4차산업 혁명이 가져온 직장과 일에 대한 관계의 변화가 또 다른 원인이다. 직장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인공지능(AI)·로봇 또는 업무를 대체하는 시스템이 대신하고 있다.  


언제든 내 역할을 대신해 줄 무언가가 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또 단순업무를 기피하는 MZ세대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단순업무는 시스템이나 로봇이 대신하도록 전환되는 추세다. 


그 결과, 더 이상 직장이 직원을 책임져주지 않게 됐고 직원은 직업을 전환하게 된다. 충성이 요구되던 과거와 달리 직장인들에게 회사는 ‘현재 나의 직장’일 뿐이게 됐다. 


셋째, MZ세대를 중심으로 직업이 개인에게 주는 의미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 MZ세대는 많게는 직장의 80%까지 차지하고 있다.  


이들에게 직장은 과거 ‘직업을 만들어 주는’ 직장과 다르다. MZ세대는 직업을 가지고서 직장을 선택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즉 퇴사가 퇴직을 의미하지 않으므로 퇴사에 대한 결정이 매우 쉽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직장은 직업을 실현하는 대상이 될 뿐이다.


MZ 세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의 일상의 행복 및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지 않거나 내가 속한 기업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되거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좋은 기업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난다. 

 

병원계도 퇴사 열풍···경영자=의사, 의사 중심 인력관리 한계 


병원에는 사람이 없다. 간호사 등 일부 직종은 이미 구인난에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게다가 퇴사 열풍이란다! 


흥미로운 점은 병원 행정직은 대형병원일 수록 지원자의 학력이 올라가고 경쟁률도 치솟는 경향을 보이지만 중소병원급에서 의원급으로 갈수록 여지없이 모든 직종의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은 전문 인적 서비스의 집합체다. 그들의 숙련 기간이 경제성 및 환자의 안전과 치료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이제 병원들도 직원 유치와 신입직원의 유지(Retention)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하지만 아쉽게도 병원 경영자가 대부분 의사다 보니 의사 중심 인력관리가 아직도 팽배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안은 있을까? 우선 우리 병원의 직장 브랜드를 높여야 한다. 흔히 브랜드 또는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의료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경영진과 직원들이 많다. 


의료의 상업화를 연상하면서 같은 의미로 생각하는 것이다. 


틀렸다! 마케팅과 브랜딩은 외부 또는 내부 고객에 대한 약속이다. 우리의 장점을 잘 만들어 이를 전달하고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세상에는 정보가 넘쳐난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보들을 외면하고 본인이 필요한 정보만 취하므로 적극적인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이 없다면 입사 후보자들은 이를 알 수가 없는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구직 플랫폼 또는 기업 평가 커뮤니티 등에 퇴직자들이 올리는 후기들이 그대로 공유되는 세상이므로 경영진들은 이를 관리해야 한다. 


물론 실상이 나쁜데 좋게 관리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좋은 내부 조직시스템과 문화를 만들고 고용주의 브랜딩이 잘 이뤄지도록 실질적인 개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의료인도 병원을 ‘선택’ 한다···직무 관리 체계화 중요 


이제는 직원이 직장을 선택하는 시대다. 더 이상 직장이 직원을 선택하지 못 한다. 

 

다음으로는 조직의 성장을 위한 개인의 역량강화와 더불어 개인 숙련도에 의존하지 말고 직무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 


브랜딩이 잘된 기업·병원이 한 개인의 경력개발 과정이자 수단이라 해도 퇴사를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개인의 숙련도 보다 체계적인 직무 관리와 직무역량 평가 및 직교육을 통한 사람보다는 일중심의 업무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람이 바뀌어도 그 자리에서 해야 하는 일과 그 일의 내용·방법 등이 지침화되고 이탈과 담당자 변경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는 개인의 성장과 역량강화에도 도움을 주는 과정이다. 직무분석 및 직무 기술서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직원 육성과 역량 강화를 통해 “내가 이 조직 또는 해당 업무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우수직원 ‘Retention(유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오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조직 역량 평균이 상향평준화 된다면 우수직원 이탈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 조직문화를 담은 책 ‘No Rules(규칙 없음)’에서 본 문장이 기억난다. 


“최고의 동료가 최고 복지다!” 


2022년이 저물어 가는 12월의 해저물 무렵에, 제니스 드림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