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가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표류하다 사망하는 사건을 막기 위해 중증과 경증환자의 별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응급환자가 최적의 병원을 신속하게 선택해 적시에 치료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진료과 인력기준을 강화해서 진료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14일 대한뇌졸중학회가 주관하고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주최한 ‘응급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이 같은 조언이 쏟아졌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와 대구 여학생 사망 사건을 조명하며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 문제를 조명하고 개선방안을 모색코자 마련됐다.
“응급실 이용 기준, 환자 경중에 따라 세분화 필요”
이날 이경복 대한뇌종줄학회 정책이사(순천향의대 교수)는 ‘필수중증질환 대응체계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 이사는 “응급환자는 조기에 얼마나 빠르게 조치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좌우된다”며 “환자가 첫번째 병원을 올바르게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그는 "중증환자와 경증환자 진료체계를 분리하는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증환자가 경증환자에게 밀려 숨지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응급실 이용 기준을 환자 경중에 따라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2021 응급의료통계연보에 따르면 응급실 이용환자 절반 이상이 중증도 분류상 경증환자에 해당했다. 또 응급실 내원환자 4분의 3은 증상이 호전돼 응급실에서 귀가했다.
이 이사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증과 경증환자 별도 진료체계와 중증진료기관 수술실 및 병상 확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응급의료 인력부족 대책으로 내세운 순환당직제도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환자와 경증환자를 모두 수용해 진료하다 보니 당장 응급의료처치가 필요한 중증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부족하단 얘기다.
이 이사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아니면 중증질환 당직 의무가 없어 수도권 빅5병원 조차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 본인도 구급차가 아닌 직접 응급실에 내원하다 보니 과밀화가 반복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임에도 불구하고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진료과 응급센터서 사실상 배제…인력기준 강화 필요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행 응급의료체계에서는 실제 치료를 하는 전문진료과가 배제돼 있어 인력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성환 정책위원(조선의대 교수)은 “응급센터에서는 응급의학과 의사 지시를 따르지만 실제 치료는 전문진료과에서 하다 보니 현장에선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급병원 방문 시에도 지역병원에서 상급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지시를 따르도록 돼 있지만, 실제 치료는 전문진료과에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전문진료과 담당 응급실 전문의도 중증응급의료센터 인력기준에 포함해 전문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게 안 위원 설명이다.
안 위원은 “급성 뇌졸중은 윌나라 사망률 3위 질환”이라며 “인력기준이 강화된다면 신경증상 환자 중증도 분류에서 전문성을 가질 수 있고, 응급실 단계에서 무조건 환자를 거부할 가능성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료역량이 강화된 첫번째 병원 양성과 전문인력 집중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