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마취과 의사들의 수술실 이탈이 잇따르면서 수술실 마취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9일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및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임원진을 만나 수술실 마취 위기 상황에 대한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간담회는 중증‧응급환자 등 필수의료 분야 마취에 대한 보상 등 개선 대책 추진상황을 공유하고, 마취통증의학과 현장 애로 및 건의사항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빅5 병원 중 한 곳에서 5명의 마취과 전문의가 병원을 떠났고, 인근 대학병원에서도 2명이 사직하는 등 수술실 마취과 의료진의 이탈 사태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가 중증, 응급, 분만,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살리기에 팔을 걷어 부쳤지만 상대적으로 조명되지 않았던 수술실 마취에 빨간불이 켜진 형국이다.
특히 마취과 의사들의 수술실 이탈은 이미 예견된 문제로, 향후 그 인원이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측면에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마취과 의사들이 열악한 수술실 마취를 포기하고 미용·통증 분야 등 개원가로 향하고, 남은 이들은 과로에 시달리다가 사직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이 심화되면 결국 수술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는 긴급수술 및 암(癌) 등 국민 건강과 직결될 수 있다.
실제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지난해 마취과 전공의 4년차 2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상황이 예견됐다.
젊은의사들은 전문의 취득 후 진료현장에서 기피하는 분야로 ▲심장마취 22% ▲소아마취 18% ▲중환자의학 12% ▲산과마취 11% ▲폐마취 11%를 지목했다.
필수의료 영역인 심장 및 소아, 중환자, 분만 등의 수술실 마취를 기피하면서 수술대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분만 및 소아마취 분야는 이미 붕괴가 시작된 상황이다. 분만 특성상 24시간 대기가 일상이고, 무과실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이 빈번해 마취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기피 0순위다.
또한 저출산 여파로 소아마취를 경험하고 수련할 기회가 부족해지면서 전문의 육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마취과 전공의들도 고난도 마취 분야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민수 차관은 이번 간담회에서 “골든타임이 중요한 중증응급수술을 위해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마취통증 의료서비스 및 진료체계 개선을 위해 현장소통을 강화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