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병원들이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급기야 "직원 급여 지급이 어렵다"는 호소가 공개적으로 이뤄져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오주형 경희의료원장 겸 경희대학교병원장은 지난 4월 30일 '경희의료원 교직원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당장 금년 6월부터 직원들 급여 지급 중단과 더불어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 원장은 "정부와 의료계가 평행선을 달리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의료사태가 11주차로 접어들며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현장 어려움은 날로 가중되고 있으며 의료기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재난·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저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희의료원도 지난 3월 비상경영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로 자금 대책을 실행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억 단위 적자 발생으로 인해 누적 손실 폭이 커져 개원 53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으로 의료원 존폐 가능성 등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의 상황이 이어질 경우 개인 급여를 비롯한 각종 비용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이 연말 막대하게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금년 6월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더불어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 의료원장은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무급휴가·보직수당 및 교원성과급 반납·관리 운영비 일괄 삭감·자본투자 축소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려 노력 중이지만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내 일각에서는 은행기채(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와 진료 재료비 결제 연기로 대규모 자금만 확보된다면 위험 요소가 일괄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안도감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외부 자금의 확보 가능성은 매우 불확실하며 자금 차입은 의료원의 미래 성장에 있어 늘 걸림돌로 후배들에게 크나큰 고통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원장은 또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력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교직원 여러분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간곡히 호소 드린다"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기 전(前) 의료원 생존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함께 해주시면 빠른 시간 내 경영 정상화가 진행돼 보다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실 수 있도록 저를 포함한 모든 경영진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