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한 전공의 복귀 기한이 5월 20일자로 지났다.
그럼에도 지난 2월 20일 전후로 사직한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아 결과적으로 전문의 공백으로 인한 의료대란이 최소 1년 이상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전공의 4년차(3년제는 3년차) 2910명은 2025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병원을 떠난 지 3개월 이내 복귀해야 한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및 시행규칙'을 보면 전공의는 3월부터 그 다음해 2월까지 수련한다. 수련하지 않은 공백 기간은 추가 수련으로 채우고, 추가 수련은 그 다음해 3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마쳐야 한다.
그러나 미수련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내년 5월 31일까지 추가 수련을 할 수 없다. 지난 2월 20일 전후로 사직한 전공의는 5월 20일이 지나 복귀할 경우 추가 수련기간을 다 채울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보통 매년 초 치러지는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갖는 시점이 1년 밀리게 된다. 앞으로 1년 간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 과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치러야 할 3·4년차 전공의 중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비중이 1385명(28%)를 차지하는 점도 우려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을 경우 병원에 남아 세부전공을 수련하는 전임의가 줄어든다"며 "통상 전문의 취득 이후 이행하는 군복무가 미뤄지며 신규 군의관‧공중보건의사 수도 급감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탈 기간 1개월 제외→전공의 복귀 시한 8월" VS "5월 20일 마지노선"
정부가 "전공의 개인 사정에 따라 추가 수련기간이 일부 조정될 여지는 있다"고 했지만, 이 '추가 수련기간'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공의 복귀시한이 8월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규정상 ▲휴가·휴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수련받지 못할 경우 해당 기간에서 1개월을 제외한 기간 ▲징계 사유로 수련받지 못한 해당 기간의 전체 기간을 추가 수련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추가 수련기간 산정 시 근무지 이탈 기간에서 1개월 공제, 수련 필요기간 산정 시 휴일 제외, 수련기간 인정 시 휴일 포함 등의 조건을 따져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합당한 법 해석이 아니다"며 정면 반박했다. 근무지 이탈 기간에서 1개월을 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휴가, 휴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수련하지 못할 때는 1개월을 추가 수련기간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허용하더라도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근무지 이탈은 부득이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수련병원에 소명해 추가 수련기간을 일부 조정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이탈한 전공의는 3개월이 되는 5월 20일까지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지부동 전공의들 "전면 백지화 수용 안하면 복귀 안 한다"
의료계와 정부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키를 쥔 당사자인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는 없어 보인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이달 14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9997명 중 현장에 복귀한 인원은 633명에 그쳤다.
이후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 따르면 20일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전공의 1명, 지난주 강원대병원 전공의 2명 등이 복귀하는 등 일부 수련병원에서 복귀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그 수는 적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교육수련부에 몇 건의 문의는 있었지만 복귀 인원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이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하면서 전공의들은 더욱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성존 서울아산병원전공의협의회 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기한을 정하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필수의료패키지·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포함한 7대 요구안을 모두 수용하지 않는 이상 복귀는 없다"며 "이번 법원 판결 전후로 전공의 의견에 큰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도 물러서지 않았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19일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의대 증원 1년 유예 등은 실현 불가능한 조건"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