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28일 대통령실을 향해 "의대 정원 증원이 지금은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대로 강행된다면 대통령께서는 우리나라 의료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받게 될 것"이라며 증원 재검토를 거듭 촉구했다.
"멈추고 뒤 돌아보는 용기도 지도자 덕목"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용기도 지도자의 덕목"이라며 이같이 직언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대통령실 레드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 제하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실과 국회를 향해 "의대 증원을 멈춰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레드팀은 대통령실 내부에서 정책 집행에 따른 부작용 등을 점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조직이다.
비대위는 우선 대통령실에 "의료개혁에는 근거가 부족한 2000명, 대학 자율로 정해진 1509명이란 수치보다 타협 절차가 더 중요하다"고 일침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국민이, 환자가 원하는 의료체계에 대한 논의를 먼저 해야 한다"며 비대위가 지난 4월 착수한 시민 공모 결과를 제시했다.
"주치의제 도입하고 수가와 의료전달체계 정비되면 진료 정상화 기여"
비대위는 "많은 국민이 의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서도 "주치의 제도가 도입되고 이것이 가능토록 수가체계와 의료전달체계가 정비되면 떠났던 동네의원은 다시 돌아오고 큰 병원 진료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2035년에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현재의 과도한 의료이용이 유지될 것을 전제로 한다"며 "주치의 제도가 마련되면 불필요한 의료이용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이런 바람직한 의료체계 대신 막대한 비용이 들고 그 효과도 알 수 없는 무리한 의대 정원을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교수들은 "정부가 약속한 지원책은 믿을 수 없다"고 일침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 건강보험 재정을 투자하겠다고 했다"면서도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의 다양한 약속들이 규정과 재정 문제로 지켜지지 않은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의사들이 정부를 믿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정권 실적이 아닌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정책을 만들 상설협의체를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다.
"2020년 의정 합의, 휴지조각이 돼버린 것 외에 전공의들에게 어떤 대우 해왔나"
비대위는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강압적 태도 역시 질타했다.
비대위는 "미래에는 소신껏 올바른 의료를 행하며 정당한 보상을 받으리라는 믿음을 빼앗는 것 외에, 그리고 의대 정원을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2020년 의정 합의가 휴지조각이 돼버린 것을 보여준 것 외에 저들에게 어떤 대우를 해왔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련을 더 받고 싶어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한과 벌칙, 대체인력의 인건비 지원은 쏙 빠진 연속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으로 이들의 수련이 개선될 것으로 믿는다면 정부는 의료현장을 정말 모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의대생들에 대해서도 "증원이 확정되면 의대생들은 복귀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며 "이들을 학교로 돌아오게 할 묘책이 있나"라고 되물었다.
교수들은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한다"며 "의료계가 말하는 원점 재논의가 바로 조건없는 대화이며, 대량 증원은 무를 수 없다며 조건을 걸고 있는 것은 의료계가 아닌 정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건 없는 대화가 이뤄진다면 앞으로 의료계는 불충분했던 자정 능력을 강화하고 의료공급자로서의 국가적 책무를 되새기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