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를 비롯해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도 많이 참여한 가운데, 발언대에 선 이들은 울분을 토했고 참가자들은 그에 동조하며 뜻을 함께 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6월부터 의료농단에 대한 큰 싸움을 시작한다"고 천명, 정권 퇴진을 위한 행보를 시사했다.
서울‧경기‧인천 5000명, 정부 규탄…"선배들이 나서야 할 시점"
의협은 지난 30일 오후 9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서울‧대구‧부산‧전주‧대전‧광주 등 전국 6곳에서 동시에 '대한민국 정부, 한국 의료 사망선고' 전국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 중 서울 중구 덕수궁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0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임현택 의협 회장을 비롯해 서울‧경기‧인천 시도의사회장과 더불어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 최창민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서울의대‧연세의대‧고려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임현택 회장은 개회사에서 "만약 정부가 계속 망하는 길로 가겠다면 의사들은 시민들과 함께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는 자들을 끌어내리는 일의 선봉에 서겠다"며 대통령 탄핵 운동을 예고했다.
그는 "정부는 자신들 치부를 가리고 선거에 이용해 먹으려다가 선거는 패망했다"며 "이게 제대로 된 정부인지, 아니면 하루빨리 몰아내고 새로 구성해야 하는 정부인지 모를 지경"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정부는 일방통행과 폭압적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1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너무나 고생했다. 이제는 선배들이 앞장서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의대 교수들도 의협과 한마음 한뜻으로 가주기로 했다. 개원의, 봉직의 선생님들도 환자와 우리나라 의료를 살리는 이 외로운 싸움에 적극 나서달라"고 독려했다.
전공의 "지난한 싸움, 국민‧환자 설득하는 쪽이 지지받을 것"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연대사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사망했다고 선언하고 싶지 않다. 저는 살리고 싶다. 집회에 온 모든 분이 그 열망으로 모였다고 생각한다"며 격한 감정을 억눌렀다.
이어 "전공의들에게 공공재라며 명령을 따르라는 말도 안되는 지시를 풀어달라"며 "그들이 자신의 인생과 미래를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자신을 '김 아무개'라고 소개한 응급의학과 전공의도 연단에서 "3달째 지난한 싸움에 정부도, 의료계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정부든 의료계든 승자가 있을지언정 지지받는 승리는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앞으로 30년간 만나게 될 환자들에게 지지받지 못한다면 제 면허는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의료계가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하고 노력했는지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환자들이 얼마나 건강해졌는지, 내 가족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그리고 의료비를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런 국민을 설득하는 쪽이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동시다발 촛불집회, 분노 넘어 큰 위기감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집회에는 대구시의사회와 경북도의사회 의료인 등 주최 측 추산 1500여 명이 촛불을 들고 참석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과 이길호 경북의사회장 공동선언문으로 시작해 애도사 낭독, 의사가운 탈의 퍼포먼스, 촛불 퍼포먼스, 자유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은 현재 필수의료를 포함 한국 의료와 이를 뒷받침하는 의학교육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다”며 “의료인들은 분노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서보영 달성군의사회장은 "왜 심한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무리한 정책을 과격히 밀어붙이는지 궁금하다. 강한 반발을 예상치 못했다면 무능한 정부요, 알고도 밀어붙였다면 악질적인 의료파괴자들"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울산‧경남 시도의사협회 소속 2000명은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광장에 모였다.
대전에서는 대전·충남·충북 시도의사회 주도로 주최 측 추산 1000여명이 대전시청 앞 보라매공원에 집결했다.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은 개회사에서 "급격한 의대 증원은 의학교육의 특성상 부실교육으로 이어지게 된다. 과잉 배출된 의사들의 경쟁은 과잉진료로 연결되며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주시 전북도청 앞에서 열린 전북도 집회와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전남도 집회에도 각각 500여명이 참석해 정부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