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진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위헌"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 "의대 증원하고 의사 달래느라 국민 피해"
2024.06.12 16:11 댓글쓰기

정부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꾸리고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 시작했지만 시민사회와 환자단체 반발이 거세다.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을 위헌 판결했으므로 이를 벤치메킹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도 위헌이며, 정부가 의대 증원에 성공하면서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내놓는 대책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의료소비자연대,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2일 오전 경실련 강당에서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관련 시민사회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시민사회는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서 정부가 다음 단계로 필수의료정책패키지 중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22대 국회도 관련 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2월 공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은 필수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중상해에 대해 보험가입을 조건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하고, 필수의료행위로 인해 환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 특정 유형을 제외하고 형을 감면토록 하고 있다. 


평등원칙 위배···의료사고 업무과실치사상죄→임의면허취소 등 도입 필요 


이날 법조계 인사들은 해당 제정안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의사들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하기 때문에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는 "교특법은 사망사건을 형사처벌특례에서 제외하고 사망이 아닌 중상해의 결과 관련 특례를 규정해 헌재가 위헌 판단했다"며 "의료사고처리특례법도 평등권 및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또 필수적인 행위는 상대적인 개념이고, 성형외과 및 피부과 등에서도 중요한 의료행위가 많기 때문에 해당 특례법으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대표변호사는 "실무 경험에 의하면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책임을 무겁게 진 경우는 대부분 비필수 분야, 미용·성형의료 영역에서 생겼다"며 "이미 현행법이 응급상황에서 의료인 처벌을 감경토록 하고 있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 시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는 특례도 있어 이를 더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의료사고 관련 업무과실치사상죄에 대한 임의적 면허취소 규정 도입 ▲일반형사범죄로 벌금형을 받을 경우 면허정지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 이유로 박 변호사는 "의료사고로 환자를 사상케 해도 면허에 아무런 규제를 할 수 없다면 여러 환자를 죽게 하거나 상해를 줘 금고형을 받는 의료인 등의 면허를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도 "교특법을 벤치마킹했다면 보험 가입 시 책임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국민이 돈은 돈대로 내고 입증책임까지 지는데 의료인을 처벌하지도 못하는 형평성 없는 악법이다"고 일침했다. 


환자들이 형사 고소 안하는 환경 조성···의료정책 실패, 국민에 전가하지 말라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최근 파킨슨병 환자에게 항구토제 '맥페란' 처방 후 상태를 악화시킨 의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 "환자가 형사 고소를 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과거 대비 의료계가 형사 처벌보다 형사 고소 자체를 막아달라는 방향으로 의견을 주장하고 있는데,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선 안 된다는 게 안 대표 입장이다. 


안 대표는 "형사 고소를 줄이는 방법은 환자들의 피해 구제"라며 "의대 정원과 묶여 추진되는 의료사고특례법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를 만들 게 아니라 의료감정제도를 더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감정 주체가 비의료인이 되고, 의료인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조언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의료정책 실패를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잘못됐다. 가장 정의로워야 할 형법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였다"면서 "의대 증원 후 의사 달래기용으로 의사 형사처벌 면제를 두는 조치밖에 되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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