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화가 난 이유는 결국 존중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수들 의견을 들어봐야겠지만, 정부가 존중과 신뢰를 보여준다면 집단휴진에 대해 재논의해 볼 수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강희경 위원장은 14일 오후 서울의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집단휴진 철회 관련 입장을 전했다.
특히 집단휴진 철회 조건으로는 '전공의 행정처분 완전 취소'와 '상시적 의정협의체 구성'을 제시했다.
"이번 휴진 계기로 향후 중증‧희귀질환 진료 중심 전환"
서울의대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 서울대병원 노조, 정부에 각각 무기한 휴진 관련 안내 또는 요구 사항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하며 중증‧희귀질환 진료 중심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비대위는 먼저 환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휴진은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들의 외래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진료가 지금 반드시 필요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에게 휴진 기간에도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서울대병원의 경증환자 진료가 과했음을 자책하며 중증‧희귀질환 환자 중심진료를 강조했다.
비대위는 "그간 서울대병원은 공정하지 못한 보상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1‧2차 병원과도 경쟁하며 많은 경증 환자를 중증‧희귀질환 환자와 함께 진료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로 인해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은 진료 예약이 쉽지 않고 대기시간은 길며 막상 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3분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이젠 달라져야 한다"며 "집단휴진을 시작으로 서울대병원은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진정한 최상급종합병원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변화로 병원 수익이 감소한다면 현행 수가체계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며, 대통령께서 약속한 수가체계 개선에 필요한 재정 지원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수들은 정부를 향해서도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고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만들어달라"며 "이를 위해 대통령이 약속한 재원을 기획재정부로부터 반드시 받아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노동법에 근거한 노동시간을 보장받되 수련을 위한 추가근무는 시간 외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진정한 수련이 가능한 제도를 만들어 나가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병원장이 휴진 불허했지만 교수들이 직접 환자들에 연락해서 진료 변경"
강희경 위원장은 서울대병원장이 무기한 휴진을 불허한 것에 "정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하는 휴진을 결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서 교수들이 진료실을 완전 닫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장의 불허 방침에 따라 환자 예약과 진료 변경도 병원이 진행하기 어렵다"며 "교수들이 직접 하거나 비대위원들이 도와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휴진 참여율에 대해서는 "비대위에 진료 변경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교수만 200여명이다. 스스로 진료 변경을 한 교수들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숫자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환자들 상황 상 휴진에 참여할 수 없지만 목소리를 보태고 싶다는 교수들에게 14일 오후 3시부터 서명을 받고 있는데 1시간에 200명 정도 참여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난 11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회동에 대해서는 "정부와 계속 소통하고 있다. 진전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조금만 더 가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오는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과도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