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속초의료원에 이어 순천향대천안병원이 응급실 전문의 이탈로 운영난을 겪는 것에 정부가 다소 안이한 반응을 보이면서 의료계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일방적 의료정책 추진으로 24시간 응급의료 제공이 위기 상황으로 서서히 돌입하고 있는데 응급의료에 대한 정부 인식 수준과 해결책이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과목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하니 유감"이라며 "참으로 답답하고, 황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속초의료원은 응급실 전문의 5명 중 2명이 퇴사하며 이달 총 7일간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으며, 순천향대천안병원도 응급실 전문의 8명 중 4명이 퇴사 의향을 밝혀 현재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전공의가 빠져나가서 응급의료센터 교수들 피로도가 굉장히 높고 응급의료센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 상황을 살피고 있고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과목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학회는 "이들 병원은 다른 전문과목 인력 활용을 생각하지 못했겠느냐"면서 "그들이 응급환자 대상으로 24시간 야간‧휴일 진료를 시행하면 해당 전문과목의 외래, 입원, 수술 환자는 누가 진료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막대한 민형사소송 부담을 안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다른 전문과목 전문의가 응급실 진료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최근 17억원 배상 판결도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다른 전문과목 전문의는 응급실 내 다양한 응급, 비응급 환자들을 빠른 시간에 진료하고 응급처치함에 있어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며 "자신의 전문과목 진료 대상인 환자는 진료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과목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24시간 응급환자와 가족들 곁을 지키고 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자존심과 사명감에 큰 상처를 주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탈을 막기는커녕 더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응급의료체계는 걷잡을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 응급의료체계는 반드시 유지돼야 하는 만큼 응급의료 현장을 지켜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