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장기화로 응급의료 붕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힘겹게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이 연일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응급환자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응급의학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헬기 특혜 사건과 관련해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의료진의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으로 결론 내린 권익위 조사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 조사결과 의료진의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에 징계 등의 조치가 필요한 만큼 교육부와 해당 병원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응급의학회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모욕과 사회적 비난, 나아가 병원 생활에 불이익을 주는 징계까지 주려는 의도가 무엇이냐”고 힐난했다.
특히 응급환자에 대한 전원 요청과 수용의 의학적 판단, 이송 과정에서 지속적인 환자 감시와 평가, 응급처치는 응급의료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초 환자를 진료하고 가족 요청에 따라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을 문의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에 대해 ‘전원 요청의 권한이 없다’는 권익위 발표에 격분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진료과 교수와 협의해 수용을 결정한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전원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결정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학회는 “응급의료 과정에서 무수히 발생되는 전원 결정과 요청, 수용 판단에 있어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이제 근무기관의 징계까지 걱정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아무 죄 없는 의료진에게 행동강령 위반이라는 멍에를 씌우고 징계 통보를 결정한 권익위는 향후 응급환자 전원, 이송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량한 의료진이 아닌 원거리 특정 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해 사회적 논쟁을 일으킨 정치권에 따끔한 질책을 통해 응급의료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일부 그릇된 특권의식이 응급의료체계를 흔들지 않도록 해 모든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불편없이 응급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앞서 지난 19일에도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과목 인력도 응급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거세게 항의했다.
최근 속초의료원에 이어 순천향대 천안병원이 응급실 전문의 이탈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우려가 확산되자 정부는 비전문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전공의 이탈 이후 응급실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과목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응급의학회는 “비전문의 인력 활용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자존심과 사명감에 큰 상처를 주고, 전문의 이탈을 막기는 커녕 더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붕괴 직전인 응급실 상황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응급의료는 걷잡을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