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의료진 이탈로 응급의료 붕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 국립대병원이 '번아웃'을 호소하는 응급의학과 교수들에게 '업무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해당 병원은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른 업무 가중을 이유로 교수들이 응급실 진료 제한에 나설 경우 자격취소 또는 면허정지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강원대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병원 측에 번아웃 등 극심한 체력 소진으로 진료제한 운영을 제시했지만 근무하지 않을 경우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회신이 돌아왔다.
현재 강원대병원 응급실은 겸직교수 4명과 촉탁의 1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2교대로 당직을 맡고 있는데, 주간은 9시간, 야간은 15시간을 근무하는 구조다.
병원 측은 응급의학과 교수들에게 의료진이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기재된 근무표를 즉시 변경, 소속 의료진이 상시 응급실 근무로 바꿔 정식 보고 절차를 통해 제출 및 이행토록 했다.
특히 업무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병원장이 직원으로 근무를 편성, 근무표를 작성해 이행토록 업무명령을 하겠다는 내용도 첨부했다.
업무명령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근무를 축소한 정황이 '응급의료 거부'에 해당될 시 자격 취소 또는 면허정지까지 언급했다.
응급실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운영되는 진료시설로, 교수들이 임의로 진료공백을 발생시킬 경우 근거법에 따라 각종 처분의 대상이 된다고 적시했다.
또 해당 병원 역시 영업정지 및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대응이 전국 각지에서 응급실 운영 축소가 논란이 되면서 추진된 것으로 보고있다.
9월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의 진료 축소가 확대될 경우 응급 관련 문제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동안 힘겹게 버텨온 응급실 의료진에게 처벌을 운운하며 압박하는 행태에 공분을 표했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강원대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국립대병원 중 가장 힘겨운 근무를 이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려와 격려가 아닌 압박과 질책은 납득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도 근무 스케줄을 계속 유지하라는 것은 순직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면서 “얼마나 더 응급실 의료진 희생만 강요해야 하는지 먹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