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백지화를 촉구하며 5일간의 단식 투쟁을 벌여온 의대 교수들이 장기 투쟁을 이어갈 것을 천명했다.
충북대학교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채희복 위원장과 강원대 의대 비대위 김충효 위원장, 고려대 의대 비대위 박평재 위원장은 13일 충북대 의과대학 강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의대 증원을 취소하면 무너진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재건할 수 있다"며 "정부는 과학적 근거 없이 밀어붙인 증원 정책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진정한 의료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올 겨울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가을, 겨울로 접어들면서 온갖 호흡기질환을 비롯해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이 늘어날 것이다. 암 환자 수술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건강검진으로 새롭게 진단된 암 환자들이 제때 수술 받기 힘들어져 응급실 뺑뺑이를 넘어 항암 수술 뺑뺑이가 도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눈 앞의 추석만 대비하고 있지만 정말 두려워해야 할 시기는 이번 겨울"이라고 경고했다.
"교수 한 명 사직으로 연쇄 반응 작용, 특정과 문(門) 닫는 경우 계속 발생"
박 위원장은 "현재 한 교수의 사직이 연쇄 반응으로 작용해 아예 특정과가 문을 닫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신규 환자 진료는 아예 진료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 비일비재 하다"며 "정부는 6개월만 버티면 승리라고 말하는데 이미 그 때는 의료체계 붕괴가 가속화돼서 '암 환자 뺑뺑이'를 비롯한 환자들 피해가 넘쳐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 위원장도 암 환자 뺑뺑이를 우려했다. 그는 "충북대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이 떠난 뒤 원래 5~6개 정도 열리던 수술방이 3개만 열리고 있는데 한 곳은 응급외상 환자를 수술하고 한 곳은 스탠바이를 해야 해서 정규 수술용은 한 곳 밖에 없는 셈"이라며 "겨울에 암 환자들이 증가하면 수술받을 곳을 찾지 못해 뺑뺑이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은 의대 증원 취소로 인한 수험생들 혼란보다 의료현장 정상화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위원장은 "학생들의 수업 거부 상황 속에 내년 1500명의 신입생이 들어오게 된다면 이들 역시 기존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으면서 교육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결국 의학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없어 의평원(한국의학교육평가원) 평가에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도 "이 사태가 어떻게든 9월에는 정상화가 돼야 한다"며 "의대 증원 취소로 피해를 보는 1500명의 수험생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결단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수들은 5일간의 단식 투쟁 이후에도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필수·지역의료를 지키며 정부의 의대 증원 취소를 위해 11월 14일까지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희복 위원장을 비롯한 교수 3명은 지난 9일 삭발을 하고, 수시 전형이 마감되는 13일까지 단식 투쟁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