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마취를 실시하는 의료진에 대해 실명제를 도입하고,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마취행위에 대해 차등수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학계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환자안전에 필수적인 마취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의료인에 의해 많이 시행되는 원인들을 파악했으며,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코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학회는 먼저 환자가 마취행위를 하는 의료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마취실명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취는 위험도가 높은 의료행위로, 환자에게 시행 주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회는 “2009~2018년 발생한 사망 및 심각한 의료사고 절반은 마취관리를 통해 예방이 가능했다”며 “전문적인 마취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요구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문가가 아닌 의료인에 의해 마취가 행해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환자 의식 소실이 발생하는 경우 기도관리가 되지 않으면 저산소증에 의한 영구적 뇌손상이 발생하거나, 수술 중 다양하게 변화하는 활력징후를 조절하지 못하면 주요 장기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칫 생명이 위험해지는 상황까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 측면에서 전문의에 의한 마취행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수가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의가 마취행위를 실시할 경우에는 수가를 가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회는 “2016년 보고된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방안 2단계'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마취료 원가 보전율은 72.7%에 불과하다”며 “집계가 불가능한 병원의 인적, 물적 투입을 고려한다면 실제 마취 수가는 원가 대비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학회는 이어 “특히 포괄수가제의 경우 마취료가 별도 산정되지 않아, 마취분야에 대한 인력과 자원 투입이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적잖은 병원에서 경영 상 이유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고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학회는 “일부 병원에선 회복실 담당 간호사나 수술실 간호사가 마취회복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며 “인력 및 자원 부족은 직접적인 의료사고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마취를 시행했을 때만이라도 원가 보전을 보장하고, 포괄수가제에서 마취료를 분리하는 것이 최소한의 마취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