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통증의학과가 신흥 인기과로 떠오르며 경쟁률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마취 전문의가 부족해 의료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연준흠 회장(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은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마취 전문의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며 "대학병원도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마통과, 초과 경쟁률…"지원자 더 많았을 것"
마취통증의학과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통증치료 수요가 늘면서 젊은의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데일리메디가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한 수련병원 중 조사에 응한 95곳을 분석한 결과, 마취통증의학과는 190명 정원에 253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경쟁률 1.33대 1을 기록했다.
모든 병원이 정원 이상의 지원자를 확보하면서 미달을 기록한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연준흠 회장은 “마취통증학과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학회는 올해 충원율을 138%정도 예상했다. 실제로는 지원자가 더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취는 의학 발전과 궤를 같이 했고, 마취 때문에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술도 가능해졌다”며 "마취라는 학문은 굉장히 매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마취통증의학과는 근골격계 통증 뿐 아니라 안면부,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는 점이 젊은의사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만, 장점이라고 알려진 '워라벨' 보장이나 환자 접촉 최소화 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과거 마취통증의학과는 수술이 끝나면 곧바로 퇴근할 수 있어 주말과 휴식을 보장받기 쉽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형수술과 응급수술 등이 많아지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그는 “전공의들에게 물어보면 마통과가 생각만큼 편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며 “수술 전(前) 환자에게 마취에 대해 설명하고 예후를 살펴야 하는 만큼 대면이 적다는 것도 잘못된 인식"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도권 대형병원도 '마취펠로우' 등 인력 수급난"
마취통증의학과 인기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별개로 마취 전문의는 공급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1년에 약 200명 이상 배출되고 있음에, 대형병원 마취 전문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문의 대다수가 상대적으로 업무강도가 높은 ‘마취’ 대신 ‘통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연준흠 회장은 “마취통증의학과에서 마취는 흔히 말하는 3D 분야에 속한다는 인식이 있어 기피가 심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즘은 수도권 대형병원도 펠로우 채우기가 쉽지 않다”며 “장기이식 등 마취 전문의가 4~5명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인력난이 의료공백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외과 포함 외과계열 살아야 마통과도 발전, '상생' 바람직"
또한 연준흠 회장은 점점 높아지는 마취통증의학과 경쟁률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마취통증의학과를 희망하는 전공의가 많다는 점은 좋지만 특정과 쏠림현상은 의료계 전체에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내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마취통증의학과를 비롯한 안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등은 무난하게 충원에 성공한 반면 기피과로 알려진 소아청소년과 등은 역대 최저 경쟁률을 기록했다.
연준흠 회장은 "마취통증의학과는 외과가 수술할 때 같이 팀원을 이뤄 근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과가 살아야 함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외과와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외과계열 지원자가 조금 늘어 다행스럽다"며 "마통과는 경쟁률 1.2~1.3 정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