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의료 살리기’를 천명한 가운데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지원 대책에 ‘수술실 마취’도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취는 응급수술 중증수술 등 필수의료 수행에 반드시 수반되는 의료임에도 정작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회장 연준흠)는 7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 마취과도 포함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우선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와 마찬가지로 수술실에서 마취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부족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학회에 따르면 수술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인력난이 날로 심해지면서 지방의료원 중에는 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해 수술을 하지 못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필수의료의 중추인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수술실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산부인과 병원들의 경우 과도한 당직과 고위험 수술, 소송 위험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지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의 이직과 개원이 급증하면서 수술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포괄수가제 적용으로 분만 응급상황 발생과 고난이도 의료행위에 대한 적정 보상이 어렵게 됐고, 이로 인해 산부인과 병원들이 마취과 전문의 고용에 주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소아마취 분야도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아는 약제 사용에도 제한이 많아 성인마취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
여기에 더해 의사소통과 협조가 되지 않는 소아를 마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고, 심리적으로 예민해진 부모까지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저출산 여파로 소아환자 수가 급격히 줄면서 소아마취를 직접 경험하고 수련할 기회가 부족해졌고, 이는 숙련된 소아마취 전문의 육성에 난제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기관 역시 수익 감소로 인력이나 시설을 소아마취 분야에 배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근무여건이 좋은 병원으로 떠나거나 통증클리닉을 개원하면서 전문의 채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회는 필수의료 현장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이탈은 비현실적인 수가체계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실제 현재 건강보험 마취료의 원가 보전율은 72.7%에 불과하고 집계가 불가능한 병원의 인적, 물적 투입을 고려한다면 실제는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집도의가 직접 마취를 시행하더라도 마취의를 고용해 마취를 하는 것과 동일한 수가가 적용되는 구조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학회는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수술을 하면서 활력징후를 확인하고 다양한 관리를 시행하는 마취까지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환자안전에 큰 위험이 될 수밖에 없다”고 힐난했다.
이어 “일부 의사는 간호사에게 마취를 지시하는 불법행위를 하고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마취행위와 동일한 마취수가를 받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흠 회장은 “소아와 산모, ᆞ응급환자의 생명권 사수에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존재가 필수불가결 조건인 만큼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 마취 부문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이를 통해 필수의료 서비스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충분한 충원 및 근무 여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학회는 조속한 시일 내에 정부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며 “포괄수가제 개선, 마취실명제 도입 등을 본격 논의하자”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