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과 의사들의 잇단 수술실 이탈로 마취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선 수술현장에서 마취과 의사를 파견해 주는 플랫폼 서비스가 성행 중이다.
일명 ‘프리랜서 마취과 전문의’를 모집해서 병원들과 연결시켜 주는 형태로, 그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중소병원과 전문병원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마취과 전문의 공급을 담당해 주는 서비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마취과 전문의가 의료기관 개설 후 프리랜서 의사를 모집해 일선 병원들에 파견을 보내는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일반인이 플랫폼 형태의 기업을 개설, 운영하는 경우도 적잖다.
실제 포털사이트에 ‘프리랜서 마취과’라는 키워드로 검색만 하면 어렵지 않게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0~20명 정도의 마취과 전문의가 소속돼 있어 병원이 원하는 수술 스케쥴에 맞춰 전문의 파견이 가능하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특히 소속 전문의들이 개인 초음파 및 비디오 삽관용 후두경을 구비하고 있어 안전한 마취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용도 어렵지 않다. 해당 사이트에서 병원명, 전화번호, 이메일, 마취일자 및 시간 등을 입력하면 바로 답변을 받아볼 수 있다.
일부 플랫폼 서비스의 경우 이미 3월까지 모든 예약이 끝났을 정도로 성황이다.
사실 프리랜서 마취과 전문의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다만 과거에는 성형외과 등 미용성형 시술현장에 국한됐던 반면 최근에는 중소병원과 전문병원 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마취과 전문의 부족으로 채용 자체도 어렵고 전문의 상주에 경제적 부담이 큰 병원급 의료기관들이 프리랜서 마취의를 선호하고 있는 탓이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마취과 의사들의 잇단 수술실 이탈 사태와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빅5 병원 중 한 곳인 상급종합병원에서 한 학기동안 5명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병원을 떠나는 등 수술실을 등지는 마취과 의사들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취과 의사들이 열악한 수술실 마취를 포기하고 미용·통증 분야 등 개원가로 향하고, 남은 이들은 과로에 시달리다가 사직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4년차 2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상황이 예견됐다.
젊은의사들은 전문의 취득 후 진료현장에서 기피하는 분야로 ▲심장마취 22% ▲소아마취 18% ▲중환자의학 12% ▲산과마취 11% ▲폐마취 11%를 지목했다.
실제로 분만 및 소아마취 분야는 이미 붕괴가 시작됐다. 분만 특성상 24시간 대기가 일상이고, 무과실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이 빈번해 마취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기피 0순위다.
힘들고 부담이 큰 대학병원 수술실을 떠나는 의사들이 삶의 질과 금전적 보상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연출되는 새로운 트랜드라는 분석이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마취과 의사 구하기가 힘든 요즘은 조선시대 마패(馬牌)에 빗댄 ‘마페(마취과 페이닥터)’가 화두”라며 “병원 입장에서도 채용 보다 여러모로 잇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리랜서 마취과 공급 서비스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해당 병원에 소속된 의사가 아닌 만큼 마취 전에 환자 상태를 미리 체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안전에 구멍이 생길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전신마취의 경우 마취사고를 피하기 위해 반드시 수술 전 환자 건강상태를 체크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가장 우려되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