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일 서울 여의도 의사 집회에 제약사 영업직원들이 강제 동원됐다는 의혹에 대해 정부가 강경대응 입장을 밝혀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커뮤니티발(發) 익명 글에 제보 역시 전무한 상황에서 경찰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비대위는 변호사를 선임,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형사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사 총궐기대회 제약사 영업직원 강제동원 의혹'은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fmkorea), 디시인사이드의 게시 글에서 시작됐다.
지난 2일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의학갤러리에는 닉네임 'oo'의 익명 글쓴이 A씨가 "내일 의사총궐기에 제약회사 영맨 있냐"라는 내용으로 글을 최초로 게재했다.
A씨는 본문에 "내가 영업하는 내과원장이 의사총궐기에 제약회사 영맨 필참이라고 해서 내일 파업 참여할 듯"이라고 쓰며 의사의 제약사 영업직원 강제동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 XX가 악질인 게 제일 열심히 참여하는 놈한테 약 다 밀어준다고 했다"며 "원장이 잔심부름 많이 시켜서 의대 증원을 누구보다 바라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경쟁 제약사에 성악과 출신도 있어서 스트레스 받는다. 그XX 목소리 큰데"라며 "딸 2명 있는데, 학원비도 많이 들어가고 딸들이 하고 싶은 거도 많아서 이번에 꼭 1등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해당 글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잇따라 인용 게재되면서 커뮤니티 중심으로 퍼졌다. 이어 직장명 '약사', 'A제약' 등 게시자도 해당 글을 공유하거나 동조하는 주장을 펼쳤다.
직업 군 '약사'로 기재된 B씨는 '내가 영업하는 내과 원장이 의사 총궐기에 제약회사 영맨 필참이라고 해서 내일 파업 참여한다'는 내용 글의 캡쳐 화면과 함께 설문조사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직업 군 '제약사'로 기재된 C씨는 "의사들이 의대 증원 반대 집회에 강압적으로 참석을 요구했다"며 "사복을 입고 와서 의사인 척 시위에 참여하라더라. 여기 왜 왔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 보이면 제약회사"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A제약 관계자는 "블라인드에 해당 게시글이 있었다는 것은 확인했다. 하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찾아봐도 실제 그 글을 쓴 사람은 찾을 수 없고, 강제동원됐다는 직원을 수소문해도 없으니 문제"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미 퇴사한 직원일 수도 있고 ,아이디를 빌려 쓴 사람일 수도 있는데 그것조차 확인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확인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사 익명 커뮤니티발(發) 보도에 대통령실 '대응' 입장
특히 이 사안은 주요 언론사가 커뮤니티 중심 의혹 글을 보도하면서 대통령실은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도 대응 입장을 밝히며 수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현재까지 궐기대회에서 제약사 직원 동원 사례가 나온 것은 없고, 신고접수도 0건"이라며 "제약사 직원들을 집회 등 불필요한 일에 강제동원 했는지 첩보 수집 단계"라고 밝혔다.
문제는 익명의 글로, 사실 확인조차 되지 않는 상화에서 개인 일탈일지도 모르는 글에 대통령실이 대응 의지를 밝히면서 의료계는 물론 제약업계에서도 정부의 대응이 과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제약사 영업사원은 "참여 시 문제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제약사 직원이 집회에 동원됐다는 의혹은 제약사들도 위험을 감수 해야 되는 일이다. 영업을 오래 해봤지만 별의 별 소리가 다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사 커뮤니티에도 관련 글이 퍼지면서 일부 병원 의사들의 경우 A제약 뿐만 아니라 다른 제약사까지 약속 및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초 익명 게시글로 인해 다른 제약사까지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의협 비대위 "제약사 영업사원 동원 루머 대응 변호사 선임, 수사 의뢰 방침"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제약사 관련 루머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총궐기대회에 의사들이 제약사 직원을 동원시켰다는 사실 확인도 안되는 내용을 대통령실이 입장을 발표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쓴이 IP 추적 등 경찰 수사를 요청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라며 "의사가 그런 일을 했다면 해당 회원을 의사회 차원에서 징계할 것이고, 아니라면 법적조치 하겠다"며 강경대응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