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 투쟁이 한 달 가까이 장기화 되면서 대형병원들이 휘청이고 있다.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은 각각 1000억원, 6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연세의료원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경희의료원은 직원들에게 경영위기를 알리고 힘을 모아달라고 독려했다.
이 밖에 다수 병원에서도 병동 통폐합을 시행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경영위기 극복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최근 2배인 1000억원으로 늘렸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의료공백으로 예년보다 하루 10억원 이상의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암 단기병동 등 일부 병동을 축소 운영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병동 축소도 검토 중이다.
대한병원협회가 전공의 대규모 사직 직후인 지난 2월 20일부터 27일까지 8일 동안 8개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전년대비 의료수입을 비교한 결과 16.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개 병원당 평균 의료수입액은 191억1054만원에서 160억1409만원으로 300억 이상 감소했다. 병상가동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78.8%에서 55.3%로 급감했다.
부산대병원 역시 전공의 87%가 사직하며 병상가동률이 50% 이상 떨어졌다. 이에 병동을 통합하기 시작했으나 하루 5~6억원, 한달간 100~150억원 손해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병원은 내주 중 500억~6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연세의료원, 비상경영 돌입‧경희의료원, 수익 40% 감소
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용인세브란스병원을 산하에 둔 연세의료원은 국내 대형병원 중 처음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공식화했다.
연세의료원은 전공의 사직 후 수익이 기존 대비 20%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기창 의료원장 겸 연세대 의무부총장은 지난 15일 원내에 '경영 유지를 위한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서신을 발송하고 직원들에게 이 같은 상황을 전했다.
금 원장은 "의료원 산하 병원들의 진료시스템을 유지하는 것 외에도 수입의 감소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부득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함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당장 급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며, 사전에 승인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시기와 규모 등을 한 번 더 고려해 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비율이 각각 40%, 30%에 달하는 경희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도 위기상황을 맞았다.
김성완 경희대 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은 경영 서신을 통해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마저도 붕괴될 수 있다는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재정적인 큰 피해를 입는 곳이 전공의를 많이 보유한 대학병원들"이라며 "경희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은 50% 이하의 병상가동률, 60%대의 수익 달성을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조만간 자금 경색에 의한 문제가 발생하고 더 길어진다면 의료기관의 존속 여부를 걱정해야 할 중차대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원장은 또 "지금은 마치 전시와 같은 상황"이라며 "개인적인 감정이나 개인의 이익, 부서의 이익, 직역의 이익을 위해 다른 구성원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반드시 피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