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사진]은 이날 서울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스스로 투명하고, 공정하며, 과학적이며, 수없이 많은 의료전문가가 검토하고 만들었다는 수천장의 자료와 회의록을 사법부에 제출하고 명명백백히 국민에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은 지난달 30일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 등이 제기한 의대 정원 증원‧배분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항고심 심문에서 정부 측에 "5월 10일까지 2000명 증원 및 배분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관련 자료로 증원 근거 자료뿐 아니라 현장실사 등 조사자료, 배정위원회의 회의록, 정부의 각 대학 지원방안, 세부적인 예산 계획 등을 들며 "제출 후 법원 결정(5월 중순)이 있기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내년도 의대 정원을 승인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김 회장은 이를 두고 “전의교협이 2000명 증원 시 부실교육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 것에 타당성이 있음을 인정한 사법부의 판단"이라고 봤다.
이어 재판부가 요구한 회의록에 대해 "대통령실이 '28차례 의정협의체와 130회에 걸친 의견 수렴 결과에 의한 과학적 증원'이라고 호언장담하고는 의료계와 국회 등의 요구에도 공개하지 않은 자료"라고 설명했다.
또 현장실사에 대해서도 "전의교협이 올해 초 대학별 조사를 통해 정부의 현장실사와 자료 검토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고 비판했다.
"배정위원회에 부적절 인사 포함 의혹, 제척 사유 있을 시 배정 결과 무효"
그러나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 3일 "자료를 최대한 정리해 제출하겠다"면서도 배정위원회 명단에 대해서는 "배정 의사 결정에 참여한 분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지 않겠냐"며 일부 자료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도 한겨레에 "회의 속기록은 아니지만 전체 회의내용과 위원 발언을 요약한 회의록이 있다"며 회의록 요약본을 제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김 회장은 "이는 2000명 증원과 배분이 깜깜이 밀실 야합에 의한 것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대 교수 등의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도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숨기는 자가 범인"이라며 배정위원회 내 부적절한 인사가 포함됐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 변호사는 "지난 3월 15일 배정위원회 첫 회의 때 이해관계자인 충북도청 보건담당국장이 참석한 사실이 폭로됐다"며 "닷새 뒤 배정위원회는 충북의대 입학정원을 4배 이상 증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 각 지자체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시기에 매우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배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해서는 안된다"며 "이는 제척사유 내지 기피사유에 해당하고, 만약 제척사유가 있는 자가 위원이 된 경우에는 배정위원회 구성이 불법이므로 그 결과가 법원에서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7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신규 인가 당시 현장실사단과 법학교육위원회의 위원들 명단 모두 공개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객관적이고 개량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사안으로, 위원들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의교협 "정부 자료 검증할 전문가 조직 30명~50명 구성"
이처럼 전의교협은 이번 집행정지 신청 결과보다도 정부가 제출할 자료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를 검증할 준비에 착수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제출한 자료의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을 위해 의학회 및 관련 학회와 연계하고 있다"며 "의사 수 추계 모형의 타당성, 수급관리의 적정성, 예산 및 투자의 현실성 등을 검증하기 위한 30~50명의 국내외 전문가 풀을 현재 구성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 자료를 확보하는 즉시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결과를 국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라며 "잘못된 정책은 스스로 인정하고 수정하면 된다. 이제는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입학정원 확대 및 배분 절차를 당장 중지하고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