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 회장이 정부가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근거 자료 등을 검토한 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천장의 근거자료가 있다는 정부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를 인용한 주장 외에는 없었다. 세 문장이면 끝나는 근거가 다였다"고 개탄했다.
김 회장은 13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 관련 제출자료에 대한 의료계 입장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 회장을 비롯해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김택우 전(前)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 김종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장, 고범석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대위 공보담당, 이병철 변호사가 자리했다.
앞서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 등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으며,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항고심에서 정부 측에 의대 증원 근거자료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정부 측은 지난 10일 49건의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전의교협은 이들 자료를 분석한 뒤 이날 전체 자료를 국민에게 공개했다.
"국가 대계는 주술의 영역 아니고 과학적 근거‧치열한 논쟁 뒷받침돼야"
김 회장은 "정부가 제출한 자료에는 기존 보고서 재탕 외에 재판부가 요청한 증원 결정에 대한 새로운 객관적인 용역이나 검증도 전무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수없이 많은 회의를 했다고 주장했으나 2000명을 증원한 근거는 없었고, 2월 6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며 시급히 진행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00명이 유일하게 언급됐다"면서 "도대체 2000명은 어디서 나온 객관적 숫자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는 "이번 행정소송이 정부를 상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정책의 내용과 근거가 더 중요하다. 누군가가 한 결정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취사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중요한 대계는 주술 영역이 아니"라며 "과학적 근거와 치열한 논쟁, 토의를 거쳐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개혁특위 회의 전에 보도자료 배포되고 회의 후 결과와 동일"
김 회장은 또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 대해 "회의 전에 주요 결정 내용에 대한 보도자료가 만들어져 뿌려지고 회의 후 결과도 동일하다"며 "회의가 정부 정책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곳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도 의료개혁특위가 지난 10일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부회장은 "대학의학회와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26개 전문학회는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안을 언론을 통해 처음 접했다"며 "전문가들 역할을 무시하고 수련을 담당하지도 않는 이들이 모여 수련체계 개편안을 발표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학회 대표들은 전문가와 사전 논의도 없이 의료개혁이란 미명 하에 수련체계 개편안을 발표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정부를 향해 "불합리한 정책 추진을 백지화하고 이제라도 의사를 포함한 보건인력을 과학적으로 추계하라"며 "일본 등과 같이 논의 과정 및 결과는 국민들에 투명하게 공개해 국가보건의료 틀을 새로 구축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