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 수술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한 해외 마취인력 수입 주장이 제기돼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의 해외 의사 수입을 두고 의료계의 거부감이 컸던 만큼 의견 충돌 가능성이 큰 영역인 데 따른 것이다.
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30일 “마취 부족 해결로 중증 환자부터 살리자”며 “마취 전문의에 대한 국내외 비상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 수술이 마취인력 부족으로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고 있어 환자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행보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경우 돌연사율 30배 및 신체 손상율 50~100배가 높아 수술 취소나 연기가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홍 위원장은 “현재 100일 이상 지속되는 전공의 사직으로 경증 환자들을 주로 진료하는 1차 의료기관들은 대부분 문제가 없으나 수술과 정밀검사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을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들은 전시에 준하는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 생명이 위독한 중증 환자들 수술이 마취과 의료진 부족으로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돌연사율과 신체 손상율이 높은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해 환자와 가족의 불안을 보며 의사로서 죄송함과 안타까움이 크다는 데 송구함을 표했다.
마취과의사 직접 진료 無…활용 가능성 충분
홍 위원장에 따르면 실제 뇌전증수술 전문 A교수는 만약 마취의사 부족 문제가 해결된다면 전공의가 없어도 뇌전증 수술을 100% 할 수 있어 정부가 외국 마취 의사를 확보해 가장 시급한 마취문제부터 해결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의사 소통 등 일각의 우려와 달리 마취 의사들은 직접 환자 진료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 필요도가 높지 않다는 점도 실현 가능조건으로 꼽았다.
홍 위원장은 “한국 의사, 간호사들이 대부분 간단한 영어 대화가 가능하므로 영어 소통이 가능한 외국 마취 의사는 병원 업무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영어를 사용하는 인도, 홍콩, 필리핀 의사뿐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등 의사들도 영어를 비교적 잘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한국이 독일에 부족한 간호사를 파견했듯이 한국도 외교적 노력으로 외국 마취 의사를 빨리 지원 받아서 수술이 필요한 중증 환자들부터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급종합병원 간 협력 시스템 등 비상 방안 제시
홍 위원장은 전공의들이 정부에 대안(진찰료 인상, 필수의료 법적 보호, 수련환경 개선 등)을 약속받고 복귀하는 게 바람직하나, 중증환자 희생 방지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사태에 전혀 책임이 없는 중증 환자들 피해와 희생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홍 위원장은 “뉴질랜드는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대부분 호주에 가서 수련을 받아 구하기 어려워서 임상병리사와 간호사들이 전공의, 전임의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상급종합병원들 중증환자 치료를 위해 서로 부족한 인력(교수, 전임의 등), 시설, 정밀검사 등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긴밀한 협조시스템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예를 들어 A병원(정밀검사 전임의 부족)에서 1차 수술 후 B병원(수술 교수 부족)에서 정밀검사를 시행하고 다시 A병원에서 2차 수술을 받는다는 방안이다.
그는 “A-B 상급종합병원 협조 모델로 응급 환자들의 적절한 대처와 편의를 위해 그동안 응급 환자들이 많이 방문했던 5대 상급종합병원과 주변의 종합병원들 사이에 응급진료연계를 담당하는 비상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근무 시스템 유연화 등도 제안했다. 실제 서울아산병원은 이미 의대교수 정년 후 임금피크제 근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다.
이어 “내년부터 크게 늘어나는 의대생들의 원활한 교육을 위해 기초 및 임상 의대교수들 정년 후 일자리를 만들어서 정년퇴임 교수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의료 최상위 정년 교수들 역할과 리더십이 중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