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필수의료 중 하나로 꼽히는 흉부외과의 전공의들 대부분이 대입전형 시행계획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복귀를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은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의대 정원 재논의'보다 '필수의료 패키지의 재논의'를 우선으로 꼽으면서 단순 의대 증원뿐 아니라 정부의 의료개혁 전반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이하 흉부외과학회)는 지난 5월 1일 개최한 춘계통합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 107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으며, 이 중 52명이 응답했다. 그 결과, 전공의 52명 중 48명(92.5%)은 현재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복귀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전공의는 부정적인 답을 내놨다.
응답자 중 63.5%(33명) '대의를 위한 전공의 선택을 지지하며, 복귀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답했으며, 21.2%(11명)은 '현 시전에서 복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복귀를 원하지만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는 13.5%(7명)에 그쳤으며, '빠른 시간 내 복귀할 것'이라는 응답은 1명(1.8%)에 불과했다.
88.5% "필수의료 패키지 내용 잘 알지만, 이대론 필수의료에 도움 안 돼"
이들은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필수의료 패키지 재논의'(55.8%)를 가장 우선으로 꼽았다. '의대 정원 재논의'에 대한 요구는 그에 절반가량(30.8%)이었으며, 수련환경 개선(7.7%)과 수가 정상화(5.7%)에 대한 목소리도 있었다.
정부는 필수의료 패키지에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됐고, 의대 증원에 가려 세부 내용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전공의 생각은 달랐다.
전공의 중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1.5%에 그쳤으며, 나머지 88.5%는 그 내용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체 중 65.4%는 '필수의료 패키지 내용을 잘 알고 있으나 적절하지 않아 개정돼야 한다'고 했으며, 23.1%는 '필수의료 패키지의 내용은 알고 있지만 실효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패키지의 내용을 알고 있으며 성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전공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추가적인 서술형 응답에서 한 전공의는 "이 나라에서 흉부외과 의사로서 살아갈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며 "흉부외과는 항상 저점이었기에 오를 일만 남았다고 하지만, 지금의 의료정책이 강행되고, 의사가 모조리 악마화된 사회에서 흉부외가가 반등할 미래가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가장 큰 문제는 다음 세대에게 흉부외과의 희망적인 면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라며 "선배, 교수님들이 충분한 경제적 대우를 받으며, 삶을 질이 높아지고, 최선을 다해 치료했을 때 소송에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을 먼저 보여줘야 흉부외과에 대한 관심이 참여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들도 "지금의 필수의료 정책, 전공의 복귀 설득 안된다"
김형렬 흉부외과학회 총무이사(서울아산병원)는 "필수의료 패키지로 흉부외과 전공의들을 회유할 수 있다고 하는 정부 주장은 현장과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여러 정책을 통해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면 흉부외과에도 갈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라고 일침했다.
이어 "흉부외과에 지원한 전공의들은 일이 많이 힘들다는 것을 이미 알고 온 사람들"이라며 "그 친구들의 자존심을 많이 뭉개놨다. 낙수과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젊은 의사들이 느꼈을 상실감에 대해 교수들도 많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공의들의 복귀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전공의들이 복귀 회유에 넘어오지 않기 위해 교수들의 연락도 잘 받지 않고 있다. 교수들이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에게 이야기하면 그 대표가 소속 전공의들에게 전파하는 형식으로 소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청 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은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의료정책 문제에 전문가가 아닌 정부의 강행으로 이뤄진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현 상황을 축구에 비유하며 "국가대표 감독 역할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모아다가 한 팀으로 만드는 것인데, 지금 의료사태는 감독이 필드에 나와서 수비도 하고 골도 넣겠다는 격이다. 감독 교체를 열렬히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 열렬히 소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