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포스텍) 등에 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법안 개정이 추진되자, 의료계가 격분하고 있다. 졸속으로 추진되는 의대 신설이 제2의, 제3의 서남의대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특정 의대 신설을 위해 예비인증이라는 꼼수로 부실교육을 양산할 우려가 큰 고등교육법안에 우리 협회는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 철회를 촉구한다"고 6일 밝혔다.
최근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포스텍 의대 신설을 위한 예비인증제도 관련 의료법 및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새로 설립된 의대가 인증을 받기 전까지 해당 학교 졸업자가 국가시험자격을 부여받지 못하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령에 근거한 예비인증제도 운영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의료법과 고등교육법은 의학·한의학·간호학 대학교육과정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등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 한해 국시 자격을 주고 있다.
이에 예비인증제도를 도입해 의대를 신설하는 대학이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전 인증 절차를 교육과정 운영계획서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포항공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 의대 신설을 속도 낼 수 있다. 이 같은 정치권 행보에 대해 의료계는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의학교육 질 무시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법 개정안으로 국회는 국민 건강권 보호 및 최소한의 질(質) 관리를 위한 인증 절차를 패싱하고, 단순히 교육과정 운영계획서 등으로만 '의학·치의학·한의학 또는 간호학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 개설을 허가해주겠다는 웃지 못할 촌극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질의 의사는 충분한 교육 자원, 다양한 환자군에 대한 경험, 실력 있는 다수의 임상교수진, 체계적인 임상실습 교육병원 등 충분한 교육 인프라 하에서 양성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안은 이런 의학교육 질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 없이 단순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발의됐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반환경에 대한 담보 없는 부실교육으로 인한 피해는 당사자인 학생들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민 건강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차대한 사항"이라며 "이 법안을 보며 '제2 서남의대 사태'를 떠올리는 것은 비단 의료계만은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료계는 적정 의료인력 수급 정책은 중장기적인 관점에 따라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며,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으로 추진되는데 반대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의협은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단순히 특정대학 개설, 특정지역 지원만을 위한 이기적이고 편법적인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해당 법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며, 향후 의료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하고 의논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건강한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