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와 학부모들이 2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항의 방문, 의대 정원 증원 관련 수사를 조속히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방재승 전(前)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이날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금 즉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 교육부 이주호 장관과 오석환 차관을 압수수색하고 구속수사 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의비) 소속 의대 교수들과 전국의대생학부모연합(이하 전의학연) 소속 의대생 학부모들이 참여했다.
의료계가 지난 3월부터 공수처에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차관 등 관계자를 대상으로 고발한 사건은 총 9건에 이른다.
복지부 장‧차관은 지난 2월 전공의들에 대해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을 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조규홍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을 '패싱'하고 2000명 증원을 독단 결정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됐다.
교육부 장‧차관은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이하 배정위) 회의록 등 의대 증원 관련 자료를 폐기한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배정위에 충북도청 관계자를 참여시킨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대생들을 무조건 진급시키려는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당했다.
방 전 비대위원장은 "현 정권은 조직적, 지능적, 계획적으로 대국민 사기를 치고 국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이 범죄자들을 단죄해야 할 공수처는 이들 사건 중 단 1건도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라고 만든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눈치만 보고 있다"며 "이는 곧 '공수처 뺑뺑이'인 셈"이라고 힐난했다.
의대생 학부모 대표는 "일본제국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교육령을 발표해 학비, 필기구 같은 혜택을 주면서 우민화 정책을 좋은 정책으로 포장하고 대중을 혹하게 했다"면서 "지금의 교육부도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다지만 지난 16일 연석 청문회에서 어떤 계획도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지 않은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조선교육회와 같은 세련된 방식으로 우민화 정책에 부역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4만명의 학부모들이 눈 부름뜨고 공수처가 어떤 선택을 하는 지 지켜보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들 사건을 맡은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공수처에 전화도 하고 공문도 보내지만 수사에 진척이 없다"며 "공수처는 즉각 수사를 진행함으로써 의료 참사를 막을 헌법적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지부진 의대 증원 회의록 수사, 고위공직자 눈치보는공수처 뺑뺑이"
"응급실 대란은 정부의 국민 건강권 보호 의무 위반"
"지방의료 마비는 시작에 불과…수도권, 안전지대 아니다"
의대 교수들은 최근 응급실 대란과 관련해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을 추가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김충효 강원의대‧강원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응급의료 위기가 없다는 정부 모습은 IMF 구제금융 신청 20일 전까지 외환위기는 절대 없다고 장담했던 1997년을 떠오르게 한다"고 개탄했다.
그는 "불의한 공권력에 저항하며 떠난 전공의들을 대신해서 교수들이 응급의료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 지역 병원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강원대병원은 지친 교수 22명이 사직하고 4명이 병가를 내서 더 이상 제대로 필수의료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강원도 다른 대학병원 두 곳도 교수 사직으로 인해 대동맥수술이 불가해 한 곳은 뇌혈관 수술이, 다른 곳은 산부인과와 영유아 소아과 응급진료가 불가능한지 꽤 됐다"면서 "지방의료 마비는 시작에 불과하며 이제 수도권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의대 증원 및 배정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한 일들을 명백히 밝혀 관련자들이 책임지게 해 현재의 의료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