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경증환자 본인부담 인상이 결정된 가운데 “환자가 스스로 중증 여부를 판별하기 쉽지 않다”는 일부 지적에 보건복지부 차관이 “전화로 직접 중증도를 문의할 정도면 경증”이라고 규정했다.
응급실 파행 운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인력 부족을 ‘응급실 뺑뺑이’의 근본 원인으로 판단, “어려운 상황이지만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입장이 재확인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4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응급의료체계 상황을 묻자 이 같이 밝혔다.
박 차관은 “응급실 미수용 사례들이 많이 나오고, 의료기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저희가 의료개혁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사실 지난 2월 전공의가 이탈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현장 얘기는 부분적인, 자기 주변에 있는 상황을 주로 전달하는 것으로 이 같은 뉴스가 나오지 않는 곳의 상황까지도 다 포괄한 자료를 보고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15명의 군의관을 지원한다. 오는 9일부터는 군의관 및 공보의사 약 235명을 위험기관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게 된다.
박 차관은 “군의관 인력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체가 아주 많지는 않다. 250명 중 한 8명 내외”라며 “응급의학 전문의가 한 분밖에 없는 상황일 때 군의관이 1인분 역할을 다 못해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軍)과 농촌 지역 의료공백 발생 가능성에 대해선 “2월 전공의 이탈 후 비상진료대책으로 이렇게 쭉 해왔고, 이번 파견이 8차”라며 “물론 인력이 빠져나가면 어려움이 있겠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저희가 차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형병원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증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60%에서 90%로 올리기로 한 대책 시행을 추석 연휴로 앞당긴 것도 환자 분산에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단 증상이 나타난 상황에서 의료인이 아닌 환자나 보호자가 중증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차관은 이에 대해 “본인이 경증, 중증을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본인이 이렇게 전화를 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은 경증이라고 이해를 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은 거의 의식이 불명이거나 본인이 스스로 뭘 할 수 없는 마비 등의 경우가 대다수”라며 “그렇지 않은 경우, 보통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난다 등은 사실 경증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 소재 병원 응급실 11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하고 한 달째 의식불명 상태인 2세 여아 사건 등을 놓고 ‘현장과 정부 인식 사이 간극이 크다’는 비판에 대해선 “그런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1시간 넘게 응급실을 찾아 헤맨 끝에 의식불명에 빠진 여아도 최초 신고 당시엔 열경련 증상이었던 사실에 대해선 “소아는 상황을 일반화하긴 어려운데, 대부분 열이 나거나 하는 건 경증”이라고 답했다.
박 차관은 “해당 사건의 경우는 일반적인 상황과는 좀 다르게 보인다. 그래서 구체적인 상황을 지금 조사 중이다”면서 “소아의 경우 별도 응급체계를 유지하고 있고, 119 등에서도 상담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